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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만원 버는 부부 수두룩"…일자리 성지 된 평택 - 한국경제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23일 점심을 먹기 위해 공사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3공장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6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평택=허문찬 기자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23일 점심을 먹기 위해 공사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3공장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6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평택=허문찬 기자
23일 오전 11시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점심시간에 맞춰 쏟아져 나온 수천 명의 인부로 출입구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컵라면 김밥 등을 파는 노점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줄지어 선 수백 대의 버스가 함바집(간이식당)으로 인부들을 태워 날랐다. 한 노점 상인은 “3000원짜리 김밥 1000줄을 두 시간 만에 다 팔았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전국 건설 근로자들의 ‘성지’로 통한다. 일당이 ‘쎄고’, 오래 일할 수 있으며, 안전하다는 평판이 입소문을 탔다.

10여 년을 이어온 반도체 공장 건설은 수도권 변두리 평택을 천지개벽하게 했다. 무엇보다 인구 증가 폭이 가파르다. 일용직 근로자와 가족, 자영업자 등으로 이어진 인구 유입 효과가 최대 10만 명에 달한다는 게 평택시의 설명이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대다수 지방 도시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상권 역시 권리금과 월세가 1년 새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초호황기를 맞고 있다. 함바집으로 쓸 수 있는 1층 상가(330㎡ 기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노점은 하루 500만원, 함바집은 하루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업 등 국내 대표 산업이 품지 못한 일자리를 반도체가 끌어안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택공장의 일용직 근로자는 약 6만 명이다. 지난 6월 전국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하루평균 신규 채용 건수(1만2000건)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시설 보안을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하지 않는 점도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다 온 주명언 씨(50)는 “거제 울산 등에서 일하던 건설현장 인부 상당수가 평택으로 모였다”며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있다던 조선업 호황기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투자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인구 유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낙수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국 최고수준 일당, 사람 몰려…신혼부부들도 주말 알바하러 와
삼성전자 4~6공장 착공 이어져…안전 제일주의에 근무환경 천국

< 붐비는 함바집 >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23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도로변에 늘어선 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업장 인근엔 수백 개의 함바집(간이식당)과 노점 등이 성업 중이다. /평택=허문찬 기자
붐비는 함바집 >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23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도로변에 늘어선 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업장 인근엔 수백 개의 함바집(간이식당)과 노점 등이 성업 중이다. /평택=허문찬 기자
김명환 씨(26)는 작년 11월부터 삼성전자 경기 평택 제3공장(P3)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첫 일을 시작했지만 고된 업무와 낮은 일당에 1주일 만에 그만뒀다. 아내와 함께 출근한 지 꽤 됐다는 김씨는 “이곳에선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야근을 하면 하루 28만원 정도 일당을 받을 수 있다”며 “와이프와 합치면 월 1000만원은 넘게 번다”고 했다.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이 일용직 노동자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일당에 5년 이상 출퇴근이 가능한 ‘장기 일용직’이 보장된 데다 안전관리가 잘된다는 점 등이 부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평택시 고덕면 일대 총 289만㎡(약 87만 평) 크기의 터에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안에 3곳을 추가로 착공할 계획이다.

○“하루 40만원”…전국 일용직 총집결

"월 1000만원 버는 부부 수두룩"…일자리 성지 된 평택
이곳 인부들은 대개 숙련공과 일반공, 안전을 관리하는 ‘이모님’ 등으로 나뉜다. 숙련도에 따라 기공, 중기공, 중공, 조공 등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들의 일당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4만~20만원이다. 오후 5시에 퇴근하지 않고 4시간을 추가 근무하면 하루 일당을 더 받는다. 하루 최대 4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일당이 10만원 안팎에 불과한 조선소보다 최소 40%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씨처럼 신혼부부가 아예 평택에 터를 잡고 맞벌이에 나선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일자리를 찾아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평택사업장은 올해 말 3공장을 완공한 뒤 이후 4~6공장 착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장 한 기에 30조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공사다. 노조와 사측 간 갈등으로 종종 사업장이 폐쇄되는 조선소나 아파트 현장보다 안정적이다. 배관 기술자 정민규 씨(44)는 “조선소는 배 한 대를 만드는 기간인 6개월마다 일자리 공백이 수시로 생겼다”며 “평택공장은 10년치 일감이 꽉 차 있다는 얘기가 인부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투자→인구 유입→호황→재투자

일감이 넘치자 경기 남부의 한 시골 동네였던 평택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랙홀처럼 인구를 빨아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이 첫 삽을 뜬 2015년 45만532명이던 평택시 인구는 올해 57만3987명이 됐다. 7년 만에 인구가 27.5%(12만3455명) 늘어난 것이다. 평택사업장 바로 옆 고덕면 인구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같은 기간 1만2124명에서 3만8754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구 유입 속도보다 일자리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고용률도 고공행진이다. 평택시 고용률은 63.3%로 경기 지역 7위를 기록 중이다. 전체 근로자 중 13.1%가 건설업 관련 종사자인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투자·인구 증가는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상인 등이 내는 세금이 늘었다. 평택시의 지방세 징수액은 2015년 7582억원에서 2020년 1조2247억원으로 61.5%(4665억원) 증가했다. 이 자금은 신도시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등에 쓰이고 있다. 현재 평택시에서 조성 중인 산업단지만 다섯 개에 달한다.

평택 경제는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를 완전히 비켜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제동과 고덕신도시, 여염리 등의 상가엔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제동 1층 상가 월세는 330㎡ 기준으로 권리금 4억원 안팎, 보증금 1억원, 월세 100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 작년 이맘때보다 두세 배 뛰었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없다. 지제동 P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평택사업장 3공장의 인력 수요가 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장사가 워낙 잘되기 때문에 가게를 누구에게 넘기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 규모 원룸 역시 보증금 500만원에 월 80만~100만원으로 일 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낙수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부품 업체들이 산업단지 등에 추가로 입주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며 “인구 유입 외에도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평택=김우섭/이광식/구민기/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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