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현 정부 들어 25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 그것. 정부·지방자치단체·공기업(이하 공공)이 주도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부지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마침내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공급 확대’로 노선을 바꿨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이번 대책 역시 또 다른 풍선효과를 예고한다. ‘현금청산’이라는 고강도 투기방지대책으로 빌라, 구축(아파트) 매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신축 아파트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 설립 없이 공기업이 단독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 또한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재개발·재건축 전문가’로 꼽히는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에게 2·4 부동산대책의 허점과 재개발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들었다.
“2021년 2월 4일 이후 매수한 물건에 대해서는 차후 해당 지역이 공공 직접 시행 개발 방식으로 갈 경우 현금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국토부) 보도자료에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는데, 우선공급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른 재건축·재개발에서는 ‘입주권’을 받고,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은 ‘분양권’을 받는다. 이번에 발표한 우선공급권은 공공이 직접 시행할 때 나오는 입주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 매입한 빌라나 주택에는 입주권(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거다.”
빌라 싸다고 덜컥 샀다간 낭패
현금청산의 경우 당초 매입 금액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도 있나.
“시세를 어느 정도 반영해주기는 한다. 그래도 당초 샀던 금액보다 낮게 책정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설령 시세를 많이 쳐준다 해도 당사자가 원하는 건 입주권이지, 샀던 금액 그대로 다시 돌려받는 게 아니지 않나. 현금청산이 된다는 건 자산의 미래가치가 사라지는 거다.”
‘앞으로 빌라는 못 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국토부 발표 내용만 보면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2·4 부동산대책 이후 실거주 목적으로 30년 된 아파트 한 채를 샀다고 치자. 어느 날 아파트 입주민 3분의 2가 동의해 공공 주도 재건축이 시행된다고 하면, 이 경우에도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책으로 신축 아파트 인기는 더 올라갈 거 같다.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걸로 본다.”
더는 재개발·재건축 투자가 힘든 건가.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을 사는 건 상관없다. 단, 그런 곳은 프리미엄이 이미 많이 붙어 있다. 소액으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빌라를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기존에 살던 빌라나 주택을 팔고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매수자가 줄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투기방지대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정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번 국토부 발표 자료에는 투기방지대책에 관한 내용이 단 1쪽, 그중에 현금청산 부분은 단 4줄밖에 없다. 적어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을 샀을 때 현금청산을 당하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졌다.”
거래 자체가 중단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 시내 신축은 너무 비싸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려도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에 고개를 돌리는 거다. 현금청산 당한다는 문구 하나 때문에 거래 자체가 중단될 수는 없다. 다만 예전에 비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건 맞다. 부동산공인중개사들도 괜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앞으로 조합 설립이 안 된 지역의 빌라나 주택을 중개할 경우 계약서에 ‘공공 직접 시행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현금청산 당할 수 있다’는 특약을 명시해야 할 거다. 매수자도 이런 내용을 알아야 나중에 재건축·재개발 논의가 있을 때 제대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공공 주도 개발 방식에 대해 서울 강남과 강북의 온도차가 큰 것 같다.
“아무래도 강남은 공공임대주택에 거부감이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건축(조합+공기업) 방식 또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공공재건축을 신청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이번 2·4 부동산대책에서는 ‘재초환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초환 미부여는 엄청난 거다. 그럼에도 강남은 아직까지 공공 직접 시행 방식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강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재초환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곳이 생겨날 거 같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측에서 재건축 조합장들을 대상으로 면담도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원하는 이들은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나.
“민간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안전하다. 현금청산 리스크뿐 아니라, 아파트의 질적 면에서도 민간아파트가 공공임대아파트보다 좋으리라는 건 당연하다. 요즘도 언론에서 보면 LH,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부실공사가 문제이지 않나. 지하주차장 일대일 비율도 깨질 수 있고, 부실 설계에 따른 층간 소음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하자 있는 집에 사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공공 직접 시행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곳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런 곳이 어딘가.
“자금력이 있다면 프리미엄이 높은 곳도 생각해볼 만하다. 특히 2017년 12월 31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초환을 피한 곳은 희소성이 매우 높다. 이런 곳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3년, 5년 내 완공을 앞둔 곳들은 이번 대책으로 몸값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호재에 호재를 더한 셈이다. 문제는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거다.”
적어도 조합설립인가 난 곳에 투자해야
아직 저평가된 곳 중에서 추천한다면.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을 추천하고 싶다. 초기 투자금으로 3억~4억 원가량 필요하다. 서울지하철 4호선 종점 당고개역 부근이다. 서울의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반대로 보면 서울의 관문이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웬만한 경기도는 서울 못지않게 비싸다. 성남, 광명 같은 곳은 서울 재개발 뉴타운과 가격대가 거의 비슷하다. 현재 서울 동대문 이문휘경뉴타운 초기 투자금액이 8억 원가량인데, 성남시도 관리처분인가가 난 곳은 그 정도한다. 성남 다음으로 보는 곳이 광명인데, 관리처분인가가 난 광명1·2·4·5·10구역은 이미 5억 원이 넘는다. ‘뭐니 뭐니 해도 서울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저평가된 상계뉴타운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강 이남에서는 어디가 좋은가.
“관악구 신림뉴타운을 추천하고 싶다. 솔직히 싸지 않다. 못해도 5억~6억 원은 생각해야 한다. 바로 옆 노량진뉴타운은 8억~9억 원가량이다. 흑석뉴타운, 신길뉴타운은 더 비싸다. 강남 사람들은 강남을 벗어나는 걸 무척 싫어한다.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요건을 갖추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 이후로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 투자 문의가 확 늘었다. 한남동은 전통적 부촌이고 성수동도 평지에 대단지, 초고층으로 지어지는 곳이 많다 보니 프리미엄이 강남 재건축 못지않다. 이런 곳은 투자금액이 너무 비싸고, 한강 이남을 고집한다면 그나마 신림뉴타운이 접근하기 좋다.”
“절대로 현혹돼서는 안 된다. 서울 용산구 빌라가 3억 원이라고 하면 다들 싸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곳이야말로 나중에 현금청산 당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거다. 재개발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한 부모 덕분에 어려서부터 정말 다양한 사례를 접했는데, 재개발 물건을 잘못 샀다 곤경에 처한 경우를 많이 봤다. 재개발·재건축은 돈, 시간과 싸움이다. 무조건 싸다고 욕심냈다가는 큰일 난다.”
재개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뭔가.
“적어도 ‘조합설립승인’이 난 곳에 투자하라는 거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려면 정비예정구역 지정부터 안전진단 통과, 조합 설립, 관리처분인가 등 각 단계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적어도 조합은 설립돼야 믿고 기다릴 수 있다. 겉으로는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것처럼 보여도 안전진단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합 설립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번 2·4 부동산대책으로 이런 지역의 물건은 향후 공공 직접 시행으로 묶여 현금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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