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반칙과 금지로 상처 난 ‘공매도 25년사’
실질적 첫 시행 1996년 9월
2000년 우풍금고 사고 뒤 무차입 공매도 금지
2020년 3월 금지…2008년·2011년 이후 세 번째
"동학개미 살려"…"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021.2.1 srbaek@yna.co.kr/2021-02-01 16:04:42/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1일부터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를 문구를 내건 버스를 서울 여의도~광화문 일대에서 돌게 하는 식의 홍보에 나서는 한편, 공매도 잔량 1위인 셀트리온(코스피)과 에이치엘비(코스닥)를 시작으로 해당 종목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과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는 요동쳤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란 평까지 나온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불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골드만삭스(서울지점, 2018년) 사례를 빼놓고는 불법 공매도로 처벌을 받을 사례가 거의 없고 그나마도 과태료 부과였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투명한 태도와 그동안의 미온적인 대처가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공매도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9년 2월이다. 신용융자(주식 매입 자금을 빌리는)제도와 함께 신용대주(주식을 빌려오는)제도가 도입되면서 주식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당시의 공매도는 신용융자제도와 더불어 주식시장 수급구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1996년까지 공매도 거래는 매우 드물었다.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대차거래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관에도 공매도가 허용된 것은 1996년 9월 상장 종목에 대한 기관 간 대차를 허용하는 유가증권 대차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규제 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2017년 3월)에서 “이를 통해 비로소 실질적인 공매도 거래가 가능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제도 도입 초기인 이때부터 업틱룰(up-tick rule)이 도입됐다. 업틱룰은 공매도 거래를 할 때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만 내도록 제한해 공매도에 따른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규제 장치다. 업틱룰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난질’을 막는 방파제 구실을 하도록 도입됐지만 예외지대가 넓어 제 기능을 못 했다는 비판을 지금껏 받아왔다. 증권 대차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큰 변화를 맞는다. 1997년 11월 코스닥 종목에 대한 기관 간 주식 대차거래가 허용됐고, 1998년 7월엔 외국인의 대차거래 참여도 허용됐다.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들어 금지됐다.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고가 실마리였다. 우풍금고는 그해 3월 코스닥 상장 기업인 성도이엔지(ENG) 주식 35만주를 무차입 공매도한 뒤 급격한 주가상승에 맞닥뜨려 결국 결제를 이행하지 못해 파문을 일으켰다. 금융당국은 우풍금고 사고 뒤인 2000년 6월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아울러, 주식거래 때 공매도 여부를 표시하게 했다. 이후 공매도 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는 주식시장에 큰 충격파를 몰고 오며 세계 각국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1일까지 8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해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2011년엔 금지 기간이 8월10일부터 11월9일까지 3개월로 1차 때보다 짧았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지난해 3월16일 한시적으로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처를 결정했다. 세 번째 공매도 금지 결정이다. 금융위는 이후 금지 기간을 6개월 연장해 오는 3월15일 금지 조처의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재개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해 3월 금융위의 금지 조처에도 ‘시장조성자’(일부 증권사)에는 공매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돼 있다. 금지 기간 중인 1월27일 기준으로 공매도 잔고가 8조2375억원(코스피 6조1808억원 + 코스닥 2조0567억원)에 이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2월말 잔고는 13조2861억원(코스피 9조7693억원 + 코스닥 3조5168억원)이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을 필요로하는 종목에 대해 지속해서 매도·매수 호가를 제시해 원활한 거래를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데 이어 후속 조처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과 불만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공매도 금지 기간의 연장은 물론, 제도 자체의 폐지 주장까지 광범위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공매도 제도의 일정한 순기능적 역할에 대한 설득이나 제도 개선 약속은 잘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조성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놓고도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그중 하나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 쪽에 시장조성자 감리 결과를 밝히라고 했음에도 답이 없다”고 지적하고, “투자자들의 불신과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선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거래 전산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일정한 비용과 부담을 지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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