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자들 날벼락
해당 사업은 오피스텔 752실과 상가 189실을 분양하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상가의 분양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펀드를 판매한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기준으로 분양을 마친 상가는 10실(분양률 6.5%)이었다.
상가 분양은 펀드가 자금을 투입하기 전(2019년 8월 31일)까지만 해도 32실(분양률 23%)이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소비가 감소하자 추가 계약은커녕 상가를 사겠다고 한 사람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는데 누가 상가를 분양받으려 하겠냐”며 “계약이 취소되면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을 수분양자들에게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PF 사업의 전체 매출액 2222억원 가운데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8.3%(853억원)가 넘는다.
펀드의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와 펀드 판매회사인 KB증권 등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KB증권 관계자는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을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안내했고 투자 원리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의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고 원리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 위험고지 안내문에서도 “펀드는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투자원리금 전액이 보장 또는 보호되지 않는다”며 “투자금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하게 되고, 자산운용회사나 판매회사 등 어떤 당사자도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 속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당초 467억원이었던 투입자금이 799억원까지 늘었다. 이 돈은 분양이 이뤄지는 데로 가장 먼저 갚아야 하는 선순위 채권이다. KB부동산신탁이 자금을 회수하고 난 뒤에야 앱솔루트 펀드 투자자가 돈을 찾아갈 수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KB부동산신탁이 융통한 자금의 이자까지 모두 받아낼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한 투자자는 “KB증권에서 펀드를 사면서 KB부동산신탁의 새로 투입한 돈이 무조건 선순위 채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며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는 일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제안서나 위험고지문 어디에도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차입형 토지신탁의 장점만 일방적으로 부각했다고 주장한다. 차입자금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투자 위험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는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분양목표 금액이 1000억원이라고 할 때 차입자금의 한도가 800억원이라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자는 분양가를 200억원 할인해도 손해를 보지 않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후순위 채권자이기 때문에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앱솔루트 펀드 환매 불가와 같은 일이 앞으로 곳곳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가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PF 사업 좌초 가능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뿐만 아니라 상당수 펀드 판매회사들이 상가분양과 관련한 펀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종서/고윤상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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