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패드' 품은 네이버에 맞불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내세워 래디쉬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래디쉬는 영미권 기반 웹소설 플랫폼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이승윤 대표(31)가 2016년 창업했다. 미국 웹소설 플랫폼 중 매출 기준 5위권 업체다.
카카오가 래디쉬 인수에 투자하는 금액은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액은 카카오가 2016년 1조9000억원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후 최대 규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년 7월 래디쉬에 322억원을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다. 올 2월엔 벤처캐피털(VC) 등이 보유한 래디쉬 지분을 추가로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4000억원 투자로 인수가 성사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래디쉬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의 이번 투자는 네이버가 올 들어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왓패드는 활성이용자(MAU)가 9000만 명으로 웹소설 분야 세계 1위다. 네이버가 6500억여원을 들여 지난 1월 인수했다. 왓패드가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이용자 확대에 주력하는 데 비해 래디쉬는 온라인 공동작업 시스템으로 제작한 콘텐츠 유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래디쉬 매출은 230억원으로 2019년(22억원)보다 10배 뛰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지식재산(IP)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美 웹소설 업체 인수
카카오가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며 네이버와 글로벌 IP 비즈니스 전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카카오는 래디쉬, 네이버는 왓패드를 앞세워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카카오가 래디쉬를 인수하는 핵심 이유는 IP 비즈니스다. 래디쉬의 ‘이야기 IP’를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래디쉬의 웹소설 IP를 웹툰화해 카카오 웹툰 플랫폼으로 유통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원작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히트작을 내놓겠다는 계산이다. 이 작품은 누적 조회 수 6억2000만 건, 누적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장르로 IP를 확장할 수도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IP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들은 세계 각국 콘텐츠 IP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유통되는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의 IP 기반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드라마 웹툰 등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2949억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2조796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래디쉬와 왓패드 등 웹소설 플랫폼 IP의 확장 가능성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 3위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지분 40%를 쥐고 있지만 아직 경영권을 확보하진 못했다. 래디쉬를 인수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게 카카오의 복안이다. IT업계는 카카오가 일본 웹툰 시장에서 픽코마를 키워 네이버를 따라잡은 만큼 미국에서도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시장 규모가 8098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구민기/김채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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