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누적 영업적자…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
오는 5일 LG전자 이사회서 공표 전망
인력 재배치·특허기술 활용방안 방향성 초점
피처폰 영광에…스마트폰 혁명 뒤처진 죄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결국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가닥이 잡힌 LG전자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14년 전 스마트폰 혁명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5조원대 누적 적자를 안고 최종 퇴로를 마련합니다. 사업은 없어져도 사람은 남는 법, 3700여명 사업부 인력을 '어떻게, 잘' 배치할 것인지는 또 다른 중요한 숙제입니다.
LG전자는 오는 5일 이사회에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사업계획을 공식 발표할 전망입니다. 사업의 '완전 철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3700여명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 문제와 핵심 기술과 특허권의 활용 방향성은 공개된 바 없습니다.
두 달간 회사 경영진이 인수 의향을 보인 글로벌 기업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조건 차이 등으로 큰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매각 논의가 진행됐지만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후로는 시장에서도 특별한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 공식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경쟁사들의 공세에 인수합병(M&A) 매물 운도 좋지 않았습니다. 물밑 접촉 대상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가장 유력하다고 점쳐졌던 베트남 빈그룹은 미국 사업부 부분 인수를 검토했지만 직접 진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스마트폰 기업까지 인수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외신발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회사 내부서도 자조적인 시각이 강합니다.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로 영업적자 누적 5조원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감사보고서에서 "스마트폰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의미 있는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인정했습니다. LG전자가 상반기 전략 제품으로 예고한 '레인보우' 프로젝트와 차기 폼팩터 '롤러블' 등의 개발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입니다.
과거 '프라다폰', '초콜릿폰', '샤인폰' 등 블랙라벨 시리즈를 성공시킨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침체된 데는 2010년으로 접어들 무렵 경영진의 사업 판단 오류가 주효했습니다. 애플이 2007년 iOS 기반의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할 때도 LG전자는 과거 피처폰의 영광에 안주했습니다. 스마트폰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유명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실수도 범했습니다. 경쟁사 삼성이 스마트폰의 핵심인 UI·UX에 투자할 때도 말입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삼성전자 시장점유율(MS)은 70%를 넘은 반면 LG전자는 9%대로 감소했습니다.
물론 LG전자는 '옵티머스G' 등 기술에 초점을 둔 스마트폰 제품들로 반격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위기감이 커지면서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지시로 만든 일명 '회장님폰'으로 불린 옵티머스G를 2012년 출시하며 초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옵티머스G는 퀄컴 LTE 기반 쿼드코어 스냅드래곤 S4 프로를 세계 최초로 탑재한 스마트폰이기도 합니다. 'LG V40' 역시 메인·광각·망원 렌즈로 구성된 트리플 카메라 구성을 갖췄던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입니다. 지난 두 달여간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외부로는 글로벌 매각 협상자를 찾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3700여명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 문제 등 집안 살림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 재배치는 4월 이사회에서 사업 방침을 확정하고 사내에 공유한 직후 곧바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MC사업본부 소속 인력 약 3700명은 올 상반기 내 타 사업부 또는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계열사로 전환 배치될 전망입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관련 특허권 등 핵심 기술은 내재화하고 미래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것으로 점쳐집니다.
LG그룹 계열사 분위기도 어수선합니다. 핵심 개발 업무를 제외한 이들은 업무가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 MC사업본부 내 인력 상당수가 개발자가 아닌 사무직이라고 들었다. 기존 계열사 임직원들 역시 인력 대이동과 관련 걱정이 많다"고 토로합니다.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지난 1월 20일 스마트폰 사업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애쓴 권봉석 사장입니다. 5일 이사회에서 어떤 결단이 내려질 지 주목됩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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