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OECD 물가상승률 7.2%…31년만에 '최고'
"유럽, 러시아 에너지 제재 가능성 낮아"
국내 경제, 슬로플레이션 진입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1991년 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으로 추려도 상승률은 6.5%에 달했다. 2월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등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물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힘을 보태면서 또다시 급등했다. 러시아도 에너지 및 일부 원자재 수출금지로 맞대응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6%(4.30달러) 상승한 123.70달러를 나타냈다.
국내 물가 전망도 밝진 않다. 2월 소비자물가는 3.7% 오르면서 최근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반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물가는 약 0.1%포인트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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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러시아 원유 수출이 대부분 차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임이 분명하지만 원자재 및 주식, 외화 시장은 리스크를 상당부분 가격에 반영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원자재 공급망 재편 및 경제의 자정 능력을 통해 글로벌 경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우려는 있겠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확률상으로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주요국 경기서프라이즈 지수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현재까지 글로벌 경기 펀더멘탈(기초체력)은 양호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의 경우, 이를 추진할 예정이 미국과는 달리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반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에도 유럽연합(EU)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의 경우 '저성장 속 고물가'를 뜻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국의 수출 경기가 하강하고, 원자재 수입도 동시에 증가하며서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물가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으면서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의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출 경기 약화, 국내 물가 불안, 오미크론 대유행 안정화 지연 등 하방 리스크 요인들로 경기 재침체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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