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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만 푼 민간임대사업자 부활… ‘제2 전세 사기’ 조장 우려 - 국민일보

내년 민영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올해 대비 38% 줄어든 25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놓은 민간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정책이 제2의 ‘빌라왕’을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전세 사기 방지책이 요원한 상태에서 규제만 완화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급증하는 전세 보증 사고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부터 ‘전세사기 대응 전담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상책만 있지 방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전용면적 85㎡ 이하의 ‘국민 평형’ 장기 매입 임대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아파트를 매입 임대하는 사업자에는 규모에 따라 50~100% 취득세 감면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민간 등록임대 사업자에 한해 규제지역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일반 다주택자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같은 민간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의 목적을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안정화 도모’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 완화가 전세 사기를 부추길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전세 사기가 강력한 임대사업자 규제 속에서도 매년 급증했는데 규제를 풀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107건이던 전세사기 검찰 송치건수는 지난해 187건으로 증가했다. 전세보증보험 사고액도 매년 급증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8년 792억원이었던 보증 사고액 규모는 지난해 기준 5790억원까지 폭증했다. 3년 사이 7.3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보다도 전세 사기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 사기 감시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임차인이 임대인의 자금 조달 상황, 주택 보유 현황 등을 계약 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나쁜 임대인’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전세 사기 방지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의결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법 개정 외에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주택 매매허가제, 임대인 세금 체납여부 촉탁 등기 설정 등의 제도 보완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일정 수준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이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자금 조달 계획 등을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선제적으로 확인해 전세 사기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민간임대사업자 부활과 함께 일정 수 이상 주택을 가진 사람은 (사업자로) 의무 등록하는 식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상황이 등기부등본에 등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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