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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없어 떼돈 벌 기회 날렸다"…기업들 '비명' - 한국경제

끝모를 화물대란…"배 없어 수출 포기"
美·유럽 백신 접종 늘며 화물수요 폭증

롯데·효성, 떼돈 버는 PP 수출 기회 놓칠 판
컨선 운임지수 사상 최고치·유럽 운임은 6배 올라

HMM, 컨선 긴급 투입 국내 수출 기업들이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2차 화물대란’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HMM은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유럽향 4600TEU급 컨테이너선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HMM 굿윌호’가 25일 부산 신항에서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HMM 제공

HMM, 컨선 긴급 투입 국내 수출 기업들이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2차 화물대란’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HMM은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유럽향 4600TEU급 컨테이너선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HMM 굿윌호’가 25일 부산 신항에서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HMM 제공

국내 기계업체 A사는 올초 미국 뉴욕에 있는 단골 거래업체로부터 다음달 초까지 자동차 휠 부품을 보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서둘러 수출계약을 맺고, 10억원의 대금도 선지급받았다. 하지만 이달 초 포워딩(중개물류)업체로부터 컨테이너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연락이 왔다. 해상운임은 당초 4000달러에서 1만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마저도 이달 말에나 부산항을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A사 관계자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고 바이어와의 거래관계도 끊어지게 됐다”고 했다.

‘화물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선박 부족으로 수출을 못 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2차 화물대란’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배가 없어 떼돈 벌 기회 날렸다"…기업들 '비명'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2979.7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4월 말(818)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한국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미주 동부해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687달러, 서부해안 운임은 4976달러를 기록했다. 두 노선 모두 역대 최고치다. 유럽 운임도 4325달러로 전년 동기(753달러) 대비 여섯 배 가까이 급등했다.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도 23일 278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해상운임은 올 1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16% 오르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선복량(해운사의 적재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2차 화물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재훈 HMM 사장은 “현 상황이 최소한 올해 상반기, 길게는 3~4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 수출기업은 서너 배 웃돈을 줘도 선적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수출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高운임 연말까지 지속"…화물대란 장기화 대책 세워야
보복소비에 물동량 늘고, 하역대란 겹쳐 선박회전율↓
“수출 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국내 최대 종합물류업체 판토스의 고객담당 부서엔 이달 들어 매일 수천 통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웃돈을 줄 테니 선사로부터 컨테이너 공간을 확보해달라는 화주들의 전화다. 150명의 직원이 하루종일 화주들의 요구를 응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엔 선박이 들어오기 1주일 전에만 제품을 항만에 배송하면 됐지만 지금은 출항 일정보다 한 달 먼저 운송한다. 선박 회전율이 급감하면서 선적 일정을 잡지 못해 부산항 화물 야적장에는 ‘수출 대기’ 중인 가전제품 컨테이너가 가득하다는 설명이다.

○선박 부족에 하역 지연까지 악순환
25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화물대란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배가 없어 수출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화물대란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였다. 각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봉쇄조치를 해제하면서 예상보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공급이 부족해졌다.

올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보복 소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화물 수요는 2억138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보다 6.9% 늘어나는 반면 선복량 증가는 절반 수준인 3.4%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강화로 선박 출도착 스케줄도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항만에선 예전보다 근로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하역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미국 서안의 대표 항만인 LA항과 롱비치항 앞바다엔 가전제품과 의료장비 등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 수십 척이 자신의 하역순서가 돌아오기까지 평균 2주가량을 대기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박 회전율까지 급감하다 보니 화물을 실을 공간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운임 급등에 더해 화물 보관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외 선사들의 ‘코리아 패싱’도 화물대란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공간에 채우고 미국·유럽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할 때가 많다. 문제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해외 선사들이 최근 들어 대부분 만선을 싣기 때문에 부산항을 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실으면 거리가 멀어 운임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산항을 거치지 않는 이유다. 유럽 노선 운임도 이집트 수에즈운하 운항 중단 사고의 여파로 다시 급등하고 있다.

○대기업도 배 못 구해 수출 포기할 판
화물대란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다. 통상 대기업은 포워딩 업체를 통해 선사와 6개월~1년가량 장기계약을 맺어 선복(적재공간)을 확보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스폿 계약을 통해 물건을 실어나른다. 통상 컨테이너선 한 척당 60~70%가량이 장기계약 물량이며, 나머지가 스폿 물량으로 배정된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스폿 물량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웃돈을 줘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슈퍼갑’이 된 일부 해외 선사가 대기업과 맺은 장기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선사로선 서너 배 오른 스폿 물량으로 계약하는 것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계약을 맺은 대기업이라도 스폿 물량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백신 주사기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은 최근 미국에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올초 텍사스주 한파로 PP공장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등 국내 업체들이 이런 기회를 활용해 PP를 미국으로 수출하려고 해도 스폿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 수출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늘어난 물동량 해소를 위해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를 늘리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 화물대란이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입물류종합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화물대란을 해결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운임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중소기업의 신청을 받아 한 곳당 200만원 한도 내에서 해상운임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정부 및 수출 유관기관의 공동물류센터, 운임공동구매 활용 등을 통해 고운임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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