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는 결국 신세계 품에 안겼다.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로는 네이버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2위에 걸맞는 입지를 차지하려면 이베이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마침 3위로 밀린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라는 악재를 만나 고군분투 중이다. 또 이베이를 놓치며 비상이 걸린 롯데는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롯데의 행보가 급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신 회장은 다음 달 1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사장단회의)을 연다. 이 회의에는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4개 사업부문(BU) 부문장과 계열사 대표 등 90여명이 모인다. 재계 관심은 신 회장이 어떤 이커머스 전략을 구체화할지에 쏠린다. 롯데는 이베이 인수에 실패한 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그로서리(식료품)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를 추진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고 했다.
업체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보증권]
신세계는 일단 유통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며 한껏 고무돼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번 인수는 미래 유통의 절대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며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쿠팡을 비롯한 주요 이커머스 경쟁사를 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인수가 3조4400억원을 두고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베이 인수에 앞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주요 M&A가 끝난 뒤 고가 인수 논란은 단골 메뉴다. 현대차가 2014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7만9342㎡)를 10조5000억원에 매입했을 때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삼성동 부지 가격이 22조원에 달해 매입가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은 신세계는 이베이를 정 부회장 말마따나 얼마짜리로 키울 수 있을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은 일단 네이버와 신세계, 쿠팡의 3강 체제로 재편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닐 듯 하다. 롯데나 11번가, 홈플러스 등이 3강에 맞서 동맹체를 구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 11번가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의 윤풍영 최고재무책임자가 최근 그런 구상을 밝혔다. 그는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열어놓고 이야기하려 한다"고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61조원까지 성장했지만, 전체 소매판매시장의 침투율을 43% 정도로 절반이 안 된다.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 쿠팡은 물류센터나 배달 기사 관리 등에 허점을 드러냈다. 아직 최고 강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네이버나 신세계 등은 자체 배달망은 물론 CJ대한통운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물류·배송을 강화하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장정훈 산업1팀장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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