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내 일부 조직 "통제수단"이라며 반발
노조 지도부도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 반대 계속
현대차 공장 /연합뉴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공장 내 일부 구내식당을 리모델링했다. 식당 시설이 낡았다는 노조 지적을 수용해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사원증이나 휴대전화를 태그해야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해 음식재료를 이에 맞춰 준비하겠다는 이유다. 중복취식 및 외부인의 무상식사 등을 막겠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임직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 내 일부 세력들은 "사측이 조합원을 통제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조 내 집행부 조직(현장노동자)를 제외한 주요 계파가 대부분 참여한 대자보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언제든지 (노조원들의) 개인정보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태그 시스템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물론 노조 지도부까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노조 지도부는 소식지를 통해 "이 시스템을 통제수단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식사 질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현 노조 지도부는 현대차 노조 계파 중 가장 합리적인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도부의 설명에도 반(反) 지도부 세력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식사시간 10~20분 전에 식당 앞에서 줄을 섰다가 식사시간이 되자마자 밥을 먹는 노조원을 징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장에서 식당까지 이동시간을 계산하면 지나치게 빨리 태그한 노조원은 근무시간에 작업장을 이탈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고, 회사는 이러한 일부 노조원들의 관행을 막기 위해 태그 시스템을 도입한 게 아니냐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꼬집고 있다. 근무시간에 작업장을 이탈하는 직원을 확인하려면 공장에서도 충분히 체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 10~20분 전부터 식당에서 줄을 서 있는 관행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원 중 일부는 근무시간이 끝나기 10여분 전부터 이미 정문 앞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기다렸다가 근무시간이 끝나는대로 정문을 떠난다"며 "이러한 말도 안 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하지만, 식당 태그 시스템은 이와 무관한데도 이를 트집잡는 노조 일부 세력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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