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중인 20대 A씨는 지난 3월 전재산과 원룸 보증금 3200만원과 마이너스통장, 이른바 '카드깡'(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으로 받는 불법 할인대출)으로 800만원을 마련했다.
A씨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그렇게 모은 4000만원을 코인에 투자했다. 하지만 2달 만에 원금은 모두 사라졌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과 '빚투'(빚내서 투자)도 주저하지 않았던 2030세대들에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연내 금리 인상을 사실상 단언했다. 또 연내 2번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긴축이 아니라고 밝혔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부담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영끌'까지 나섰던 개인들의 충격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나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20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코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들어 급락한 코인장에 상심한 2030세대의 자조섞인 푸념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청주에 살고 있는 20대 투자자 B씨는 "비트코인 투자하느라 신용으로 3500만원을 빌렸는데 다 잃었다"며 "한순간에 빌린 돈을 날려버리니 앞으로 어떻게 갚아 나가야 할지만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려 토가 나오고 미칠 지경"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30대 다른 투자자 C씨는 "코인으로 조금 수익을 맛보면서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결혼자금 1000만원을 투자해 다 잃었다"며 "원금만 되찾자는 생각에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금도 다 잃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빚투를 하지 말란 수없는 조언을 들었지만 하루에 수십배를 오가는 코인장을 보면 아무것도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부채관리와 부실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과 관련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 대출과 관련해서는 취약 차주층과 투기적 수요층을 엄밀하게 구분해 차별화된 지원책 및 자금공급 차단 및 금융교육 강화 등 투기수요 차단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규 대출자 가운데 2030세대가 58.4%를 차지했다. 신규 대출자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년(51.9%) 절반을 넘어 19년에는 56.4%를 기록, 지난해 3분기에는 58.4%까지 늘어났다.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카드론 등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이에 2030세대가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타격이 큰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 대출 중 청년층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말 기준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전년말대비 16.1% 증가한 약 130조원에 달한다. 그 중 부실위험 등 악성대출 가능성이 높은 20대 카드론 대출잔액이 전년말대비 1조1410억원(16.6%) 늘어난 8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집계된 수치가 지난해 기준인만큼 올해 2030의 주식·가상화폐 투자 행태를 고려하면 현재는 청년층의 빚 부담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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