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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1,646가구도 전세 '0' 하남 가격 2배↑…밀려나는 '전세난민' - 서울경제 - 서울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연합뉴스

# 지난 2010년 입주한 1,646가구 규모의 경기 오산 ‘세마e편한세상’은 지난 5월 28일 전용 121㎡가 4억 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을 마지막으로 한 달여 동안 전세 거래가 사라졌다. 단순히 거래가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매물 자체가 ‘제로(0)’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루나리움은 1,164가구 중 거래 가능한 전세 매물이 전용 84㎡ 딱 1건뿐이다. 하남시 덕풍동 ‘덕풍현대’ 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5월 전세 실거래가가 2억 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4억 원으로 1년간 무려 2배가량 올랐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반포 재건축 이주 수요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보유세 증가 등 전세의 씨를 말리는 정부의 규제 정책 후유증이 시장 불안을 더욱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입주장’에도 전셋값 고공 행진=23일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부터 올 5월까지 1년간 경기의 3.3㎡당 아파트 전세 가격은 1,019만 6,000원에서 1,328만 4,000원으로 30.3% 상승했다. 하남시가 이 기간에 49.8% 올라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용인(41.9%), 화성(40.5%), 남양주(40.3%), 광명(40.2%)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문제는 최근 들어 수도권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포발(發) 전세난이 서울 전역에 영향을 미쳤고 다시 경기도 지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세 난민의 하급지 이동이 불러오는 참사다. 서초구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2년 전 전세를 살던 임차인들 대부분은 이 지역에 살지 못하고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서울서 하남·미사·남양주까지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 지역의 전세값도 연일 급등세다. 하남시 학암동 일대 위례 신도시에서는 10억 원을 웃도는 전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위례 엠코타운센트로엘은 전용 98㎡의 전세 매물이 지난달 11억 원에 나왔고 위례 롯데캐슬도 4월에 전용 84㎡의 전세가 10억 6,700만 원에 계약됐다.

심지어 대규모 입주 단지조차 전세 물건이 없다. 안양 동안구는 1월 3,850가구 규모의 대단지 ‘평촌어바인퍼스트’가 입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격히 늘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3개월 전 안양 동안구의 전세 매물은 1,270개에 달했지만 이날 기준 매물은 356개에 불과하다. 전세 물건이 72% 감소한 것이다. 전셋값 또한 다시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해당 단지 전셋값은 ‘입주 대란’으로 전용 84㎡ 기준 5억 5,000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7억 1,000만 원에 계약됐다.

과천 또한 지난해 12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과 1월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등 대단지의 입주가 잇따르면서 3개월 전 전세 매물 개수는 385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전세 매물은 당시보다 71.7% 감소한 109개뿐이다. 2월부터 4,086가구 규모의 ‘수원역푸르지오자이’가 입주한 수원 팔달구 역시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698개에서 298개로 크게 감소했다.

◇정책 헛발질이 전세난 부채질…“규제 철폐부터”=전문가들은 연쇄적 전세난의 원인이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지적한다. 각종 규제로 민간 신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사업자제도 폐지, 세금 부담 강화 등으로 전세 공급마저 위축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실거주 의무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쫓아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가 늘자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 이렇게 전셋집에서 나온 임차인들은 결국 더 싼 곳으로 이동하면서 하급지 지역 임대차 시장마저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이 전세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급격히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전셋값으로 전가돼 전월세난이 심화하고 있는데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등 연속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데 정책마저 헛발질을 하니 결국에는 최종 소비자인 임차인들이 힘들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뿐 아니라 입주 물량이 적지 않은 경기까지 전세 매물이 급감한다는 것은 정책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라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정책 탓에 기존 주택을 통한 전세 공급마저 거둬들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더욱 부채질하는 실거주 규정 등 각종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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