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평균값과 중앙값
5억1220만원. 지난해 각 가구의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이다. 1년 전(4억6297만원)보다 10.6% 늘어났다. 늘어난 빚보다 집값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률이 더 가팔랐던 탓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상의 이 수치만 보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감행하며 투자에 나선 이들이 옳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빚을 제외한 가구당 순자산이 5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에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평균의 함정’ 등 각종 통계의 착시 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2만 가구의 표본을 조사한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가구당 순자산은 3억6287만원이었다. 평균 자산(4억4534만원)에서 부채(8256만원)를 뺀 금액이다. 자산과 부채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평균이 아닌 중앙값으로 살펴보면 이야기는 조금 더 달라진다. 지난해 3월 기군 전국의 가구당 순자산의 중앙값은 2억218만원이다. 작은 수부터 큰 수까지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게 중앙값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순자산 중앙값은 2억7100만원, 평균값은 5억6762만원이었다.
가계금융복지 조사 수치를 조금 더 살펴보면 중앙값과 평균값의 격차가 생기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3억원 미만의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62.3%였다.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의 7.2%였다.
현실과 평균값의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또 있다. 국민대차대조표상 가계에는 비영리단체가 포함된다. 일반 가구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순자산도 가계 순자산에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산정한 가계 총자산을 추계 가구 수로 나눈 만큼 실제 가구의 자산보다 조금 부풀려져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의 통계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다. 지난해 1인당 GNI(원화기준)는 3762만원이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1억5048만원이다. 4인 가족 기준 5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인 1억532만원(홑벌이)과 1억2436만원(맞벌이)보다도 훨씬 높다.
1인당 GNI와 실제 소득의 이같은 온도 차는 이 수치에 기업과 정부의 몫이 포함돼 있어서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개인 소득이 실제보다 더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때문에 가계의 실제 지갑 사정을 따질 때 살펴보는 수치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다. 정부와 기업이 가져간 소득을 빼고 세금과 이자 같은 필수 지출을 뺀 나머지 돈이다. 가계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2095만2000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4인 가구의 소비 여력은 8380만8000원 수준인 셈이다.
제자리걸음 수준인 소득 증가세보다 자산이 몸집을 불려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이다. ‘벼락 거지’라는 자조가 나오고 금융 당국의 우려에도 ‘영끌’과 ‘빚투’에 나서는 이유인 셈이다.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나만 벼락거지였나···가구당 순자산 5억이란 통계의 반전 [뉴스원샷]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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