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 여파로 전력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됐다. 포드 도요타 닛산 등 미국 내 완성차 업체도 폭설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올겨울 미국 내 이상 한파가 글로벌 기업들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텍사스주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오스틴시 소유 전력회사인 오스틴 에너지는 최근 혹한에 따른 대규모 정전과 전력 부족 사태로 지역 대기업들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셧다운 명령이 내려진 곳은 삼성전자 NXP 인피니언 등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반도체 관련 업체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된 시점은 16일(현지시간) 오후 1시부터라고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5일 사전 통보를 받고 단계적으로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며 "지진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전이 아닌 사전에 협의된 조치였기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 손실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력이 복구되면 곧바로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전용 칩을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와 통신칩, 모바일 AP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스틴 공장이 현지 전력 부족을 이유로 셧다운 명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이상 한파와 폭설은 완성차 업체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닛산 등이 폭설에 따른 교대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라인 가동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NXP 인피니언 등 현지에서 반도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업체들은 모두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NXP와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세계 1·2위 업체다.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규모 7.3 강진으로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이미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이날 최신 분석 자료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 자동차 100만대가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현 기자 / 이재철 기자 / 서진우 기자]
반도체 공급 26주 걸려…전세계 1분기 車생산 100만대 이상 타격
삼성전자등 美공장 셧다운
오스틴에만 '칩'생산기지 6곳
차량용반도체 공급부족 초비상
폭스바겐·아우디·마쓰다 감산
글로벌車 1분기 36조 피해 추정
한국 車반도체 전량 수입의존
재고로 버티는 현대車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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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글로벌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미국 텍사스 지역이 기록적 한파로 인해 현지 공장 셧다운까지 불러오면서 국내외 완성차 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17일 최신 분석 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완성차 업계 생산 차질 대수가 총 1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1분기 차질 대수가 67만2000대라고 예상했던 IHS마킷은 보름 만에 즉각 대폭 수정된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반도체 주문부터 공급에는 보통 12~16주가 소요되는데, 지금은 최소 26주가 소요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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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 9264만대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7828만대로 쪼그라들었지만 올해는 경기가 회복돼 8000만대 중반 이상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2019년 생산량에 근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왔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에 반도체 공장 셧다운이 발생한 텍사스주 오스틴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생산기지가 최소 6곳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14나노미터 공정 기반으로 반도체 파워소자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엑시노스 오토' 반도체를 만든다. 이 밖에 NXP가 인수한 프리스케일이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반도체를 양산 중이고, 인피니언에 인수된 사이프러스도 이곳에서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현대모비스·로버트보쉬·덴소 등 주요 부품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차량·부품 감산과 공장 셧다운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발 한파 사태와 앞서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강진은 빠듯한 공급망을 한층 더 조임으로써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추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은 NXP·인피니언·르네사스·텍사스인스트루먼트·ST마이크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NXP와 인피니언, 르네사스는 2019년을 기준으로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각각 21%, 19%, 15%로 3개 회사 점유율이 시장 절반을 넘는다.
이들 기업에서 받는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지자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에만 중국 5만대를 포함해 총 10만대 감산을 예고하고 나섰다. 아우디는 1분기에 1만여 명 휴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마쓰다는 이달 중 7000대가량 생산 차질을 예상하고 있으며, 도요타는 중국과 미국, 일본 내 공장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비상위기 대책(컨틴전시 플랜)'을 속속 가동할 태세다. 지난 8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천 부평2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추기로 한 한국GM은 8~10일 해당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했고 15일부터 다시 가동해 19일까지 주야 2교대 근무를 진행한다.
8~16일 1000대가량 생산 차질을 빚은 한국GM은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3월 중순까지 총 5000대 내외 차량 생산에 구멍이 생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감산 등 조치는 없다고 공언한 현대차·기아는 현재 1~2개월 치가량 반도체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 중국산 차량용 전선(와이어링 하니스) 부족 사태가 초래되자 현대차·기아는 부품 수급 전반을 재점검했고 지난해 초부터 NXP와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물량 확보에 공을 들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멀티 소싱 방식으로 반도체 재고 관리 체계를 일찌감치 가동했기 때문에 현재 감산 등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잠시라도 공급이 중단될 경우 이를 재가동할 때 소요되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수개월 내 국내 차량용 반도체가 소진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한국은 글로벌 제품을 거의 전량 수입해 쓰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며 "당장 3월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고 긴 수명 동안 가혹한 온도·습도·충격 조건에서도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품목이다. 그만큼 결함 발생이나 안전 사고, 리콜에 대한 부담이 커 신규 업체 진입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공급량 확대가 어렵다.
[서진우 기자 / 이종혁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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