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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꿈은 이뤄진다?…'물적분할' 풍산·DB하이텍, 모두 '없던 일' - 머니투데이

개미의 꿈은 이뤄진다?…'물적분할' 풍산·DB하이텍, 모두 '없던 일'
풍산, DB하이텍 등이 물적분할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자 개미들이 환호한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물적분할 이슈에 데인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금융당국이 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풍산-풍산디펜스?…주가 -28%, 물적분할 철회하자 '반등'풍산 (26,950원 ▲300 +1.13%)은 방산사업을 물적분할하려던 계획을 한 달 만에 철회했다. 풍산은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본건 분할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한 검토 및 논의를 가지기로 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풍산은 지난달 7일 방산부문을 '풍산디펜스'(가칭)로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히며 분할결정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이 곧바로 반발했다. 통상 모회사에서 핵심 사업부를 분리하는 물적분할을 단행하면 기존 회사의 경쟁력이 그만큼 축소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풍산 측은 이같은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고려한 듯 풍산디펜스를 비상장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물적분할 공시가 나온 뒤 한 달도 안 돼 주가가 약 28% 빠졌다. 주가는 물적분할 철회공시 전후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철회가 발표된 지난 4일 당일에는 8.64% 뛰었다.

증권가도 물적분할 계획이 무산된 것을 호재로 평가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풍산은 방산 사업부 물적 분할 계획을 철회 발표로 물적분할 함의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신동부문(동합금 소재· 가공품 제조)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역사적 초호황 구간에 진입한 방산 부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B하이텍도 '검토 중단'…"물적분할 자체가 문제는 아냐"란 지적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DB하이텍 (40,150원 ▲1,150 +2.95%)도 물적분할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반등했다. 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지난 7월 12일 하루에만 15% 넘게 급락했다. 지난 1월 장중 기록한 고점(8만5400원) 대비 50% 이상 빠졌다.

개미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분노했다. DB하이텍과 풍산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연대 움직임마저 보였다. 결국 DB하이텍은 무릎을 꿇었다. 사측은 지난달 27일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이날 장중 10%, 종가 기준으로는 5% 넘게 올랐다.

최근 기업가에서 물적분할 계획이 철회된 것은 무분별한 물적분할에 제동을 걸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결을 같이 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물적분할에 반대한 모회사 일반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하고 상장심사 기준과 상장사의 공시의무 강화하는 등의 개선책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 (478,000원 ▲9,000 +1.92%) 사례처럼 물적분할로 인해 모기업 주가가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자 소액주주를 보호하고자 당국 차원의 개선책이 나온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기업공개(IPO) 대흥행을 이끌었지만 모회사 LG화학 (583,000원 ▲23,000 +4.11%)으로부터 물적분할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분노를 크게 사며 물적분할을 쟁점화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물적분할을 원천 봉쇄하려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이란 방법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물적분할을 악용하려는 경영진의 윤리의식이 문제"라며 "핵심 사업부를 빼내서 유용한다는 게 물적분할의 근본적 폐해인데 최근에는 물적분할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쟁점이 빗겨나간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적분할이 시장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한 만큼 이를 아예 막게 되면 자본시장의 비효율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물적분할을 어떻게 어렵게 만들어 놓을까에 대한 고민 대신 개미투자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세심하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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