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가능하다. 중고차는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차가 신차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부동산과 달리 가치하락이 심하다. 국산차보다 수입차는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다.
차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국산차는 출고된 지 5년이 되면 가치가 절반 수준이 된다. 수입차는 출고된 지 3~4년이면 반값이 된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고적체가 심해지면서 중고차 값이 올랐지만 몇몇 인기 차종을 제외하고는 1000만원에 미만에 상태가 괜찮은 국산차를 살 수 있다.
중고차를 사면 명의 이전 비용과 세금도 줄어든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표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카푸어'(경제력에 비해 비싼 차를 사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는 폼나는 수입차도 1000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 구입비만 따져보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이 필요없다.
폭스바겐이 848대로 가장 많다. BMW는 580대, 아우디는 498대, 벤츠는 493대, 미니(MINI)는 376대, 볼보 137대, 혼다 128대, 렉서스 100대, 토요타 36대 등이다. 카푸어들이 로망으로 꼽는 수입차인 포르쉐도 2대 있다.
이 중 엔카 전문가가 점검하고 책임지는 진단 매물은 1624대, 엔카보증 매물은 124대, 헛걸음 보상 매물은 156대다.
2004년식 정식수입 카이엔은 950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모닝 신차(1175만~1540만원)보다 저렴하다.
신차 가격이 7700만원 이상인 벤츠 E클래스(E300)도 2011년식이 780만원, 2012년식이 930만원이다.
1억5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S500L)은 700만원에 나왔다. 모닝 고급 사양의 반값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클래식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오픈카인 벤츠 SLK 230K 1999년식은 559만원, 벤츠 SLK 200K 2006년식은 699만원에 등장했다. 판매자가 무사고 차량이라고 주장하는 벤츠 SLK 200K 2006년식은 1290만원이다.
국산차값에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수입 SUV로 인기를 끈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2014년식은 880만원,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2014년식은 650만원이다.
내구성이 우수해 잔 고장이 적고 연비도 좋아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혼다 어코드 2015년식은 970만원,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2012년식은 980만원이다.
연식이 오래된 수입차를 구입했다면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해당 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전문 정비업체도 드물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수리·점검해주기도 하지만 비용이 국산차보다 비싼 편이다. 구입비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
일부 악덕 중고차·정비업체는 폐차 직전인 수입차를 가져와 겉만 그럴듯하게 수리한 뒤 중고차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런 차를 구입했다가는 결국 '관상용'으로 주차장에 고이 모셔둬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수입차는 수리비도 비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원이다. 국산차(114만원)보다 2.5배 많이 든다.
전문가들이 1000만원 미만 수입차를 '평범한' 소비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장이 날 지 모르는데다 한번 고장나면 수리비도 많이 나와서다.
성능점검 기록부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례도 많으므로 가능하다면 차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가서 차 상태를 점검하는 게 낫다.
정비 전문가가 함께 가서 중고차 상태를 살펴봐 주는 중고차 안심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자동차 사고 이력(카히스토리)도 꼭 살펴봐야 한다. 보험사고 이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차량 모델 등급평가로는 유지비가 얼마나 들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등급은 자동차보험료 산정기준이 된다. 사고가 났을 때 차가 얼마나 부서지는지, 수리비는 얼마나 드는지 등을 따져 등급을 매겨 1등급부터 26등급으로 구분한다.
출고된 지 오래된 차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은 차종이나 비슷한 차종, 해당 브랜드의 평균 등급이 낮다면 수리비는 물론 보험료도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 차량 등급은 보험개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수입차 메이커나 수입차 전문 정비업체에 문의해 부품 공급이나 수리가 가능한지, 수리비는 비싸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도 따져봐야 한다. 1년 평균 1만5000~2만㎞를 기준으로 삼는다. 10년 된 중고차가 15만㎞ 정도 주행했다면 적당히 잘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아도 의심해 봐야 한다. 주행거리계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주차됐거나 짧은 거리 위주로 운행했다면 부품 교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수리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000만원 미만 수입차 중에서 내구성이 좋은 일본차, 정비센터 접근성이 우수하고 국내에서도 많이 팔린 독일차는 추천한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정비법도 잘 알려진 인기 수입차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은 단순히 오래됐다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차 값, 인기도, 유지비, 수리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겨진다"며 "이유없이 싼 차는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영끌없이 구입 가능하지만 유지비와 수리비 때문에 오히려 카푸어가 될 수도 있다"며 "수입차를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진단·보증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업형 업체나 수입차가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 매장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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