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퀄컴 제치고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공동 3위권에 그쳐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
미디어텍 AP 쓰는 샤오미 오포 상승
중국 납품 늘려야하는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 선전에 전략 차질
미디어텍 디멘시티 AP. 미디어텍 홈페이지 캡처
2020년 3분기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 바깥쪽이 올해 3분기, 안쪽은 지난해 3분기 수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미디어텍은 그동안 고급 칩 중심 미국 퀄컴과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중심으로 칩을 생산했던 삼성전자, 애플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활용했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 AP를 중국 업체에 싼 값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활용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애국 소비'로 버티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420만대로 작년 3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화웨이의 분기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화웨이가 잃은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업체들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다. 샤오미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3%로 화웨이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오포(8%), 비보(8%) 등도 세계 5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화웨이는 샤오미, 오포, 비보와 AP 전략 관련해서 큰 차이가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기린(Kirin) AP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샤오미, 오포, 비보는 자체 AP를 생산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서 사서 쓴다. 중저가폰을 주로 생산하는 샤오미, 오포, 비보의 특성 상 중저가 AP가 주력인 대만 미디어텍을 주로 활용했다.
화웨이 판매량이 줄고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텍의 점유율도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미디어텍 AP 주문량이 화웨이 제재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미디어텍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설명했다.
'중저가폰'이 대중적인 인도, 중남미 등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텍 칩을 스마트폰에 활용하고 있다. 갤럭시A31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폰엔 미디어텍의 헬리오 P65 AP가 들어가있다.
미디어텍은 대중화되고 있는 5G 스마트폰 시장을 '디멘시티'를 앞세워 적극 공략 중이다. 최근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업체들도 5G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 업체들은 '프로', '플러스' 등이 붙은 프리미엄 제품엔 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쓰지만 일반 제품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AP를 채택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실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3억달러로 작년 3분기(21억5400만달러) 대비 53.2%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퀄컴의 매출 증가율(37.6%)을 크게 앞선다.
삼성전자는 '비보'와의 거래에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엑시노스 980 AP를 비보 'X30' 스마트폰에 납품했다. 최근 공개한 '엑시노스 1080' AP는 오는 29일께 출시 예정인 비보의 5G 스마트폰 'X60'에 들어간다.
다음달 12일 프리미엄 AP '엑시노스 2100' 공개 사실을 알리는 삼성전자 SNS 게시물. 삼성전자 SNS 캡처
최근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AP 개발 전략이 '외부 판매 확대' 대신 '자사 스마트폰용 고급 칩 개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엑시노스 외부 판매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판매를 늘려 매출과 이익률을 높이려고하지만, "애플처럼 자사 스마트폰용 프리미엄 AP 개발에 주력해야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삼성전자 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은 'A14' 등의 AP를 개발해 TSMC 같은 파운드리업체에서 생산한 뒤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 전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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