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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잡는 법이 슬그머니 탄생? - 아주경제

[사진=연합뉴스]

'경제3법' 중 하나인 금융그룹감독법이 대기업 규제의 근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그룹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한다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해외 기준에 비해 과도하고 모호한 규정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금융그룹감독법 시행에 앞서 행정지도 형식으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혼란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감독 공백을 이유로 과도한 이중규제 잣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해당 복합금융회사들은 개별 금융사별로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을 이미 적용받고 있다. 중복규제뿐만 아니라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이해상충 문제, 모호한 감독대상 선정기준 등에 대한 지적도 크다.

금융그룹감독법이란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산결합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개 금융그룹(금융자산 5조원 이상)이다.

금융그룹감독법에 따라 금융그룹으로 지정이 되면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회사를 대표금융회사로 선정해야한다. 금융그룹 차원의 자본적정성을 점검해야 하고, 금융그룹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최소 자본기준(필요자본) 이상 유지되도록 그룹 자본비율도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리스크를 사전에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그룹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자본적정성 비율이 제시됐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그룹 내 금융사 자본합계에서 중복자본을 제한 적격자본을 최소요구자본 및 그룹위험을 반영한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만약 자본적정성 비율이 100%에 미달하거나 위험관리가 부실한 경우 금융그룹은 당국에 자본확충이나 위험자산 매각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내부 거래가 많거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금융사는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금융위는 금융그룹 차원의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FSAP)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기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의 금융그룹 감독지침은 그룹 내 금융 자산 비율을 고려해 복합금융그룹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내 법안은 금융위로부터 인허가 등록을 한 금융회사가 2개 이상이고 총 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 감독 대상이다. 기준이 디테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독기준이 5조원인 이유도 국제적인 기준으로 과도하고, 불명확하다는 게 금융업계의 주장이다.

또한 제도 핵심인 자본적정성 평가도 정권의 입맛대로 자의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자본적정성 비율의 분모에 그룹위험을 포함시켰다. 다만 그룹위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룹위험은 그룹 내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부문 전체로 전이되는 위험(전이위험)과 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는 위험(집중위험) 등을 합친 기준이다. 전이위험과 집중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또한 해당 기준이 모호할 경우 보험업법 개정안 등 추가 법안이 발의돼 기업들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대표회사가 계열사의 비재무적 부문을 평가해야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재량화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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