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내달 15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2일까지 부분 연장한다. 금융위는 공매도를 허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시장의 우려’를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은 다가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각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이다. 주식을 빌릴 때보다 갚을 때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의 차익을 얻는다.
3일 금융위 결정에 따라 5월3일부터 대형주 350개(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의 공매도가 재개되고, 나머지 2037개 종목은 공매도 금지가 무기한 연장된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매도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됐다. 첫 투자 시에는 3000만원, 2년 내 5차례 이상 5000만원 이상 투자 시 7000만원으로 한도를 뒀다. 2년 이상 투자 경험이 있거나 전문투자자인 경우에는 한도를 두지 않는다.
공매도금지 부분 연장하기로… ‘선거 의식’ 의심 부른 금융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제적으로 연결된 자본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인 공매도를 완전 또는 무기한 금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도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해 나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3일 제1차 임시회의 직후 은 위원장의 설명이다.
경향신문(공매도 5월3일 재개… ‘선거 의식’ 비판)은 그러나 “입김이 세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주장에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박까지 더해져 금융당국이 45일 연장이라는 ‘애매한 연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했다. “공매도 금지는 부풀어오른 풍선에 바람만 빵빵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언젠가 어떤 종목이 폭락할 경우 이를 방치한 당국,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이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전문가 평가도 전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경향신문에 “선거용 대책”이라며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개미들 반발에… 또 연장된 ‘공매도 금지’)도 “금융권에서는 4월 재보궐 선거(4월 7일) 이후 공매도 재개가 이뤄지는 점을 들어 다분히 선거용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치권, 특히 여당이 개인투자자(동학개미)의 표심을 의식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고 했다. 당초 ‘공매도 종료’를 강경하게 주장했던 금융위 입장 변화에도 주목했다. 이어진 기사(영구 금지 못 미치지만… 개인 공매도 접근성 확대 ‘실익’)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던 금융위가, 지난달 14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공매도 금지 연장 가능성 시사 나흘 뒤 입장에 변화를 보였다고 전했다.
주요 공매도 표적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은 공매도가 가능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신문(공매도 금지 연장 개미들 ‘반쪽 승리’)은 “향후 대형주의 공매도가 허용돼 전체 지수가 하락하면 중소형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주장을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신문에 “연장을 하더라도 제도 보완이 안 되면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반대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일) 같은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관투자가도 파산할 수 있기에 기관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공매도 관련 논란을 미뤄뒀을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보력이 강한 외국인 큰손 투자자나 전문 투자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아일보(5월부터 대형주만 공매도 재개… “4월 보선 개미票 의식했나”)는 “부분 재개가 시작되는 5월 3일까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금융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엔 부담이 됐을 거라는 평가도 있다”며 “글로벌 기관은 국가별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공매도를 주요 평가 요소로 꼽고 있어 공매도 금지가 완전히 풀리지 않으면 한국이 ‘공매도 금지국’으로 낙인찍혀 외국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전했다.
한겨레 사설(‘공매도 금지’ 재연장, 불법거래 원천 차단해야)은 “무엇보다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하고, 적발되면 시장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처벌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벗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며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추가하고 부당이익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지만, 미국·영국 등에 비하면 여전히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이번만큼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北원전’ 의혹, ‘프레임 씌우기’ 전략…역풍만 부른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연일 우리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핵발전소)를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이적행위”라 칭하면서 평소 현안과 거리를 뒀던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행위 자체는 의구심이 남지만 근거보다 색깔론이 앞서는 국민의힘 주장은 명분과 설득력 모두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진위는 묻지마…선거 앞두고 도진 ‘닥공 정치’)은 “정부의 문서 공개, 2018년 남북정상회담 관계자들의 설명에 더해 북한 원전 추진이 실현 불가능한 ‘황당한 공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기존 입장을 밀어붙이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민의힘 공세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불리한 ‘이적’ ‘친북’ 프레임을 씌워 여론전에서 우세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연일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을 제기하나 정부가 내놓는 해명을 반박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친일 프레임’을 꺼내든 점도 지적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내놓은 ‘한·일 해저터널 추진’ 공약을 “나쁜 친일 DNA의 발동”이라 표현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강공’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인 공격을 통해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자신들 쪽으로 견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리한 공격은 정작 ‘민심 이반’이나 ‘정치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4일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에 ‘성폭력 프레임’을 씌우는 전략을 세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이 2일 ‘대정부질문 사전전략회의 관련’ 보고서를 배포했는데 ‘반 기업, 반 시장경제, 반 법치주의, 성폭행’ 프레임을 일관되게 씌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신문(국민의힘 “대정부질문, 與 성폭행 부각” 丁총리 “차라리 가짜뉴스였으면” 일침)은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을 상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문건으로 비판이 일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어떤 주제로 대정부질문을 할 것인지 회의하는 가운데 원내행정국에서 보좌관들에게 이런 것을 중점으로 하라고 만들어 준 것”이라며 “뭐가 잘못됐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사설(시대착오적인 국민의힘의 ‘국회 대정부질문 지침’)은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리모컨 정치’의 구태”며 “국민의힘은 내부 문건이 일으킨 논란과 역풍을 직시하고, 4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부터 이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설(‘가불 정권’ 비판하면서 여당 따라하는 제1야당)에서 “야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이 특정 프레임에 맞춰질 경우 정책 공방이 아니라 일방적인 낙인(烙印)찍기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며 “야당은 프레임 전쟁 같은 정치공학에 매달리기보다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의제 발굴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與‘, 허위정보 손해배상 3배’ 등 추진에 보수신문 중심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3일 ‘언론민생법’으로 이름붙인 언론 관련 입법 방침을 정했다. 허위정보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3배까지 묻는 언론중재·구제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정정보도 강화, 언론중재위원 확대 등 6개 법안이다.
4일 신문 중에서는 조선·중앙·세계일보가 이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국회 전문위원 “헌법상 과잉금지 위반” 문체부 “언론사 부담 과도”)는 “민주당은 ‘가짜 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선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민주당 법안이 입법화하면 언론이 ‘가짜 뉴스’ 틀에 갇혀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검찰 이어 언론 겨누는 여당…야당선 ‘재갈 물리려는 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세계일보의 경우 사설(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낳는 여당의 언론개혁 입법)에서 “지난해 검찰개혁 관련 논란에서 드러나듯 ‘개혁’이란 말의 의미가 친정권 지향을 강제하는 ‘코드화’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정부가 검찰·법원에 이어 언론을 손보기 위한 개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여당이 불순한 의도로 언론개혁을 강행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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