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값 폭등…"치킨집 접고 배달기사 고민"
올 들어 콩기름값 50% 치솟아
美·브라질 대두 작황 부진에
바이오연료 수요까지 겹쳐
"내년엔 최저임금 더 올라
한 마리 팔면 1000원씩 손해"
경기 광명에서 옛날통닭집을 운영하는 전모 사장(44)은 요즘 기름 한 방울이 아쉽다. 올 들어 튀김용 콩기름값이 50% 가까이 폭등하면서 한 달 식용유값이 지난해보다 50만원씩 더 들어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통닭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처지다. 500원만 올려도 단골손님마저 떨어져나가는 게 동네 통닭 장사의 현실이다. 전 사장은 “인건비와 임차료까지 더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게를 정리하고 오토바이 배달기사로 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기름 50% 폭등에 전업까지 고민
15일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식당에서 주로 쓰는 롯데푸드의 콩식용유 18L 최저가는 4만386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31일(2만7450원)에 비해 59.8% 급등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카놀라유 18L 최저가는 4만9140원으로 6개월 전(3만8310원)보다 28.3% 올랐다. 콩기름은 치킨집에서, 카놀라유는 돈가스, 꽈배기집에서 주로 사용한다.
식용유 도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식용유값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장들에게 물건과 함께 전표를 전할 때마다 그야말로 곡소리가 난다”고 전했다.
콩기름 가격 폭등은 세계적인 문제다. 탄소 배출 저감정책 확산 여파로 식용뿐 아니라 바이오연료용 콩기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8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OT)에서 대두(콩)유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72.08센트를 기록했다. 올 들어 70%가량 상승한 수준으로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고가다. 이날도 66.22센트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콩 생산지의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도 콩기름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격이 꺾이기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올 연말에는 18L 도매가 기준 콩기름은 4만원대 후반, 카놀라유는 5만원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턴 마리당 1000원 손해”
콩기름 가격 폭등으로 가장 타격이 큰 동네상권은 소규모 옛날통닭집들이다. 튀김기 두 개로 하루에 20~30마리의 통닭을 튀기는 일반적인 옛날통닭집은 한 달에 18L짜리 콩기름을 30캔 정도 쓴다. 인상된 콩기름 도매가격을 적용하면 한 달에 식용유 원재료비 부담만 작년보다 5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서울 목동에서 옛날통닭집을 하는 이모씨(32)는 “원재료값이 50만원 올랐다는 의미는 한 달에 가져가는 순수익이 50만원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요즘에는 부부가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려도 300만원도 못 가져가는 집이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대형 치킨프랜차이즈 점주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맹본부에서 대량으로 콩기름을 확보한 덕분에 일반 가게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받고 있지만 최근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점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대형 치킨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저임금이 440원 오르면 주휴수당과 배달대행수수료 인상분 등을 더해 점주의 부담은 2000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현 가격을 유지하면 내년부터는 치킨 한 마리를 팔면 1000원씩 손해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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