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상륙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AP=연합뉴스]
지난달 넷플릭스가 인터넷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망 이용료 소송 판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콘텐트·인터넷 사업자 간 갈등은 많았지만, 법원에서 구체적인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 명목의 수수료를 간접 지급할 것으로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나 구글과 다른 행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하반기 중 국내 통신사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콘텐트 제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트전송네트워크’(CDNㆍContent Delivery Network)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용하던 CDN 방식을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CDN은 콘텐트 제공자의 중앙서버와 이용자의 물리적 거리가 멀 때, 대용량 콘텐트를 서버 여러 곳에 분산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콘텐트 제공자들은 직접 서버를 증설하지 않고도 CDN 업체의 네트워크를 빌리면 끊김 없는 스트리밍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쿠팡 등의 업체가 각 지역에 거점 물류센터를 두고 ‘로켓배송’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지역별 서버를 통해 이런 역할을 하는 게 CDN이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CDN 활용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망 이용 대가를 간접적으로 지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CDN 업체는 이용자에게 콘텐트를 전송하기 위해 통신사와 직접 망을 연결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디즈니플러스가 CDN 업체에 이용 요금을 지불하고, CDN 업체가 국내 통신사에 회선 이용료를 지불하면 결국 디즈니플러스가 간접적으로 망 이용료를 내게 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넷플릭스나 구글 등 현재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콘텐트 사업자에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일본과 홍콩에 CDN 방식과 유사한 자체망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두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OCA에서 데이터를 끌어오는 ‘전송 행위’는 SK브로드밴드 측의 의무이므로,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입장이다. ‘접속은 유상, 전송은 무상’이라는 논리다. 이를 두고 지난해부터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인 가운데 법원은 최근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SK브로드밴드 측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연간 망 사용료로 272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에도 비슷한 수준을 내야 할 경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로 내야 하는 금액만 연간 8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여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면서 다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한국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로서는 이러한 환경이 부담이었을 수밖에 없다. CDN 방식을 통신사에 먼저 제안한 것도 이러한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SK텔레콤이 “디즈니와 협업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디즈니플러스 제휴사는 KT와 LG유플러스의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이 중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면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다만 디즈니플러스 측은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CDN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통신사들도 망 이용 고객을 위해 자체 CDN 서비스 상품들을 선보이는 추세지만, 아카마이나 패스틀리 등 해외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CDN 업체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료에 대한 분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block test (Why?)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망사용료 뻗대는 넷플릭스와 달리…디즈니 “우린 내겠다” 왜 - 중앙일보 - 중앙일보 )
https://ift.tt/3wZi4O7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망사용료 뻗대는 넷플릭스와 달리…디즈니 “우린 내겠다” 왜 - 중앙일보 - 중앙일보"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