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월 검사의견서 보낸 뒤
제재 위한 법률 검토작업 진행 중
펀드 팔 때 활용한 복합점포 운영
지주 임원 신한금투 겸직도 제재 요인
금융지주사 책임 묻기 쉽지 않아
의사결정 관련 물증 확보가 관건
금융지주사, 자회사 경영개입 다반사이지만
현행법상 책임 물을 규정은 불명확해
전문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필요”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그룹 건물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1조7천억원대의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지주사가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신한지주가 처음이다. 7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 10월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 두 은행뿐만 아니라 신한지주에도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검사의견서는 통상 검사에서 파악된 사실을 토대로 금감원 검사국이 작성해 해당 금융사에 보내는 것으로, 공식적인 제재 절차 중 하나다. 금감원은 해당 금융사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잠정 제재안인 검사조치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 사안을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신한지주에 대해서도 제재에 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가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라임 펀드에 두개의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깊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복합점포’에 찾아온 은행 고객들을 신한금투에 소개해 라임 펀드를 판매했는데, 이런 복합점포 운영은 두개의 자회사가 걸쳐 있는 만큼 지주사의 책임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의 복합점포 활용은 올해 7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때 그 일단이 공개됐다. 신한은행은 2018년 11월 한 장학재단의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자 금리가 높은 상품이 있다며 복합점포를 통해 신한금투 직원을 소개했고, 이 직원은 장학재단에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다. 복합점포를 통한 라임 펀드 판매는 신한의 전체 라임 펀드 판매액 약 1400억원 중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지주의 경우 매트릭스 조직이 활성화된 점도 제재 검토 대상에 오른 요인이다. 매트릭스 조직은 지주사의 투자은행·자산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능별 사업부문장이 주요 자회사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그룹 차원의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형태를 말한다. 신한의 경우 2018년 라임 펀드를 판매할 당시 지주사 투자은행 사업부문장(부사장)이 신한금투의 주요 임원을 겸직했다. 신한의 매트릭스 경영은 2012년 처음 시작된 뒤 현 경영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가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묻기가 어렵고, 제재의 실효성도 떨어져 금융감독당국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 개입 권한을 매우 우회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권한에 뒤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은행법과 보험업법 등에선 금융회사가 기관경고 이상을 받으면 1년간 인수합병 등 신규 인허가가 금지되는 반면에, 지주사는 이런 신규 인허가 제한 규정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껏 자회사의 경영 실패를 이유로 지주사를 제재한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또한 금융지주사들은 실질적으로는 자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의사결정이나 지시와 관련된 문서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따라 이번 라임 제재의 경우에도 금감원이 지주사의 관여에 관한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지주사는 자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만 있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활동 중”이라며 “금융지주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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