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 시대가 온다는 불안감에 20대 주택 매입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20대 자녀를 둔 50~60대 부모 세대의 불안감이 커진 데 다른 것으로 풀이했다. 미래에 필요한 집을 미리 사두는 가수요가 포함됐다는 뜻이다.

20대 이하 매입 비중은 가격대가 높은 서울보다는 경기·인천과 5대 광역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20대 이하 매입 비중은 5.3%에 불과했지만, 경기·인천은 8.0%, 5대 광역시는 6.4%로 집계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모가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 이미 가격대가 높은 곳보다는 향후 상승 여력이 높은 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강력한 중과세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12일부터 7·10 대책에 따른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안에 있는 시가표준액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증여할 경우 증여취득세율을 3.5%에서 12%로 중과하기로 했다. 증여취득세가 3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1주택자인 부모가 무주택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고 노년에 전세살이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난 탓으로 보고 있다. 1주택자인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해주면 증여 취득세율은 종전과 같은 3.5%가 적용된다.
특히 학군지 중심으로 증여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증여 비율은 15.4%로 전년(7.3%) 대비 8.2%P 늘었는데, 대치동 학군이 있는 강남구는 같은 기간 증여 비중이 13.8%에서 34%로 20.2%P 늘었다. 목동 학군이 있는 양천구도 일 년 사이 증여 비중이 8.9%에서 22.1%로 13.5%P 높아졌다.
서울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학군지에서 자녀를 다 키우면 외곽으로 빠져 은퇴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조손까지 학군지에서 키우겠다면서 학군지 주택을 증여로 자녀에게 넘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보험사 상속·증여센터 관계자는 "예전엔 너무 이른 시기에 증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서 부동산 증여나 현금 증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늦으면 자녀가 제 집 한번 못 가진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현금이나 부동산 증여를 검토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녀에게 현금을 일부 증여해 전세를 낀 집을 사게 하는 방법과 부동산 자체를 증여해주는 방법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해 집을 사게 하면 증여세만 내면 되지만, 부동산을 증여해주면 전세를 낀 부담부 증여라고 할지라도 자녀가 증여세와 증여 취득세, 부모는 부채 이전에 따른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녀 명의로 9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3억원을 현금 증여할 경우(나머지 6억원은 전세자금으로 충당) 증여세는 3380만원, 취득세는 2970만원(3%)이 나온다. 총 세금 부담이 6350만원으로 매매가격 대비 7% 정도다.
2주택 부모가 9억원짜리 집 한 채(마찬가지로 전세자금 6억원)를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할 경우엔 증여취득세율(14%, 지방교육세 포함)로 1억2600만원, 3억원에 해당하는 증여세 3880만원(3%)을 내야 한다. 여기에 양도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도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내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도 총 1억6400만원으로 현금을 증여해서 집을 사게 하는 것보다 세금으로 1억원을 더 내야 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증여취득세를 3배로 늘리겠다는 정책 발표 이후 7월부터 8월 초까지 집중적인 증여가 이뤄졌고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4월 이후 공시지가 인상, 6월 이후 종부세 중과 부과 등을 앞둔 만큼 당분간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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