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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치킨 이익률이 애플급? [국민적 관심사] - news.kmib.co.kr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온라인 공간에서 ‘국민 간식’으로 대표되는 치킨의 적정 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3사에서 1만원 이하의 치킨 상품을 판매하자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이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규정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들은 생업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집객을 위한 단순 미끼 상품으로 치킨을 활용하며 가격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취지다.

반면 소비자들은 ‘가성비 치킨’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중이다. 개점과 동시에 치킨 매대로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마리 당 3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제2차 치킨대전’ 발발

치킨의 가격 논란을 촉발한 건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출시한 ‘당당치킨’이다. 당당치킨 1마리 가격은 후라이드 6990원, 앙념 7990원. 특히 2마리를 묶어서 사면 999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두마리치킨’은 인기가 높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이 지난 6월 30일 출시된 이후 40일 만에 판매량 30만마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분당 5마리씩 팔린 셈이다.

당당치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경쟁 대형마트들도 치킨 가격 경쟁에 합류하며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홈플러스와 함께 대형마트 3사로 분류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치킨 상품 가격을 1만원 이하로 책정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5분치킨’을 9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11일부터 1.5마리 분량의 ‘한통치킨’을 행사 가격 8800원에 판매 중이다.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시장이 인기를 끌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치킨이 모객 상품으로 자리한 모양새다. BHC 등 기존 치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대형 업체 사이에선 실적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렇듯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한 이유는 ‘박리다매’ 때문이다. 대량 구매를 통해 매입가격을 낮추고,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유통 수수료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대형마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회원은 자신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라고 소개하며 “식용유 한 통이 6만7000원이다. 납품받는 생닭 한 마리 4500원에 치킨 무와 콜라, 포장 용기 등을 감안하면 6000원대는 비현실적 가격”이라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이어 “배달 대행비, 수수료, 카드수수료, 부가세, 월세, 인건비 등 부가 비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치킨의 이미지를 마리당 6000원으로 각인시키는 홈플러스의 행태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이 글에 “치킨 가게가 도둑놈이라는 온라인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 더운 날씨에 기름 솥 앞에서 기름에 데어가며 15% 이익 겨우 낸다”고 적었다. 실제로 치킨 원재료인 생닭 매입가는 8호(750~850g) 기준 마리당 4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치킨업계의 이러한 논란은 12년 전에도 있었다. 롯데마트가 2010년 12월 일주일간 판매했던 자체브랜드(PB)인 ‘통큰치킨’을 출시했을 때다. 5000원의 가격에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더 많은 양을 담아줘 출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업계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다시 시작된 치킨게임” “제2차 치킨대전 발발”이라는 등의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출시하며 모객도 하고 마진도 충분히 남길 수 있다는 대형마트, 재료비 급등으로 현 가격에서도 마진을 크게 보지 않는다는 가맹점주,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휩싸인 프랜차이즈 본사. ‘치킨대전’은 이들의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로 요약된다.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한 가족이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해 나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프랜차이즈 치킨 이익률 보니

소비자들은 치킨의 가격 논쟁에서 통큰치킨 때와 달리 이번만큼은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가 대기업 수준의 이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가격을 낮출 여력이 있지 않으냐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온라인에서는 “치킨 회사가 애플, 구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게 말이 되느냐”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선다고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사실인지 [국민적 관심사]에서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치킨 업체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곳은 시장 점유율 1위인 BHC다. BHC는 지난해 매출액 4771억원, 영업이익 15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2.2%다.

점유율 2위인 교촌치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935억원, 2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7%로 집계됐다. 3위 BBQ는 매출액 3624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6.8%다. 이 외에 4위 처갓집치킨이 15.8%, 5위 굽네치킨이 8.4%로 조사됐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지난해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28.5%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같은 기간 30.5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시장규모와 영업환경, 업종이 다른 만큼 영업이익률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단순 비교할 경우 BHC만 영업이익률이 애플·알파벳과 비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이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누리꾼들 주장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요식업계의 최근 2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8.5% 수준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상위 5곳의 가맹본부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5개 업체 모두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2% 이상씩 증가했다.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한 마리 6990원에 판매되고 있는 당당치킨. 이한결 기자

“본부가 폭리 취해… 소비자·점주 간 싸움 의미 없어”

소비자들과 가맹점주 사이에서 의견이 합치되는 지점도 있다. 폭리를 취하는 게 가맹점주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원부자잿값을 높게 책정하며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것이 본부의 폭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이같은 취지의 주장이 여럿 올라왔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회원은 “가맹점비로 퇴직금을 모두 쏟아붓고 치킨 장사를 시작했다. 치킨 단일상품만으로 수익을 내는 일반 치킨점과 수만 가지 상품을 팔며 치킨도 저렴하게 파는 대형마트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며 “납품되는 재료 가격과 지불하는 로열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라고 썼다.

다른 가맹점주 역시 “본질을 외면하고 소비자 탓, 마트 탓을 할 게 아니다. 2만원에 치킨 팔면 6500원은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라며 “본사가 가져가는 비중이 크니 매일같이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하고, 점주들은 남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높은 이익을 챙기는 게 가맹점이 아니라는 건 소비자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한 누리꾼은 “당당치킨이 가맹 본사의 무리한 이윤 추구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국민적 관심사]는 국민일보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발언이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저 말이 진짜인가’ 궁금하시다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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