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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로 몰리는 투자수요… "이젠 발라 구하기도 어려워요" - 조선비즈

입력 2020.12.13 06:00

지은지 오래된 연립주택 등이 밀집해있는 서울 재개발 추진 지역이 최근 심상치 않다. 집값이 연일 급등하며 중저가 주택으로까지 수요가 몰린데다, 정부 주도형 '공공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개발 기대감까지 커진 여파다. 공공성 확보를 전제한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수익성과 미래 가치 상승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는 모양새다.

1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연립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2.13% 오르며 아파트(1.54%)와 단독주택(1.01%)을 제치고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거래량은 전월(4012건)보다 15.7% 증가한 4643건으로 집계됐다. 역시 아파트 거래량(4364건)을 넘어선 수치다.

연립주택 거래가 늘고 값이 오르는 것은 아파트 값과 전셋값이 모두 크게 오른 여파다. 재계약을 앞두고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세입자와 일단 내집마련을 하기로 결정한 젊은 층 등이 몰리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에 신청한 서울 강북구 번동 주택가 전경. /카카오맵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도 연립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정비사업에 참여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종상향(2종→3종주거 등)과 용적률 상향,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현재까지 공공재개발을 하겠다고 신청한 지역은 총 70곳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 위원회를 열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12월 중 낙후도와 정비 시급성, 지역 활성화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 사업 후보지를 선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대감은 그동안 낙후 지역으로 평가받던 여러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번동 148번지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70개 지역 중 한 곳이다.

본지가 국토교통부를 통해 주소지가 ‘서울 강북구 번동 148’로 시작하는 연립·다세대주택의 거래량을 집계해본 결과, 올해 11월까지 총 574건이 줄줄이 매매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92건)보다 무려 523.9% 증가한 것이다.

1989년에 지어진 K빌라의 전용면적 35.22㎡(대지권 24.37㎡)짜리 지하 1층 매물은 지난달 1억5000만원에 팔렸다. 1989년에 지은 S연립주택 전용면적 40.21㎡(대지권 27.5㎡) 1층은 2억2900만원, 인근 1990년에 지어진 L연립주택 전용32.09㎡(대지권 24.5㎡) 지하 1층 매물은 1억8000만원 등에 손바뀜이 있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부분 주거 목적보다는 재개발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 수요라고 설명한다. 이 지역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와 달리 주택 및 빌라는 매물마다 가격이 달라 비교가 쉽지는 않은데, 두세달전에는 최저 가격 매물이 1억5000만원 이하였다면 현재는 2억원 중후반대로 올랐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신청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재개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기대감에 수요가 몰리고 거래가 생기면서 호가가 더 오르는 중인 것이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가 1순위 공공재개발 후보지"라면서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고 사업이 추진되면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재개발 후 입주 목적이 아니라 소위 단타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사람이 많다"고 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경우에는 1개를 사든 2개를 사든 100개를 사든 취등록세가 1.1%적용으로 중과 제외"라며 "번동 148번지는 법인도, 개인도 투자하기 좋은 투자처"라는 글도 올라온 상태다.

낡은 빌라와 쪽방이 밀집해 있는서울 성북구 성북 제1구역(성북1동 179-68번지 외 약 889 필지)도 재개발 기대감에 시장 열기가 뜨겁다. 이곳도 공공재개발 사업 참여를 신청한 곳 중 한 곳이다. 2001년부터 재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낮은 사업성 탓에 사업이 20년 가까이 답보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개발 추진 가능성을 보고 온 투자자들이 대거 주택을 사들였다는 게 지역업계의 설명이다.

지역 공인중개업소에 성북1구역 매물을 문의하자 "가격대가 있어 몸이 무거운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한 두개 있던 매물은 최근에 다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빌라도 최근 몇 달 만에 가격이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오래된 다세대주택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신축 빌라를 분양하려는 사업자도 생기고 있다. 소규모 개발업자들이 새 건물을 올리며 분양을 홍보하고 있었다.

다만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 구역 내 신축 빌라 소유주에게도 재개발에 따른 입주권이 생길 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분양 자격을 애초 권리산정일을 기준으로 줘야 할지, 공공재개발 사업 선정으로 바뀐 새 권리산정일을 기준으로 해야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입주권을 노리고 재개발 지역 내 신축 빌라를 섣불리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내 공공재개발을 기대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립주택 및 빌라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대기 수요자들의 심리가 공공재개발 내 노후 주택으로도 번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민간 재개발은 내 집 마련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공공 재개발은 여러 인센티브가 있는데다 적은 투자금으로 5~6년 뒤 서울 새 아파트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 수익을 노리는 신축 행위 난립 및 지분 쪼개기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잡지 못하면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기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서울 곳곳의 연립주택 및 빌라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도 크다"고 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구청이 재개발 신축 난립 및 지분 쪼개기 문제에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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