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勞-勞 갈등 격화
사진=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와 SH공사, 신용보증재단 등 서울시 산하기관들이 콜센터 상담원들의 공사 직고용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민간 위탁업체 직원까지 직고용하라는 서울시 권고에 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어 사회 곳곳에 ‘갈등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판규 공사 통합노조 교육홍보실장은 “위탁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유로 민간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직고용하라는 논리라면, 공사 직원들도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며 “기회가 평등하지도 않고 과정이 공정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 1만377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무기계약직 근로자 2737명을 일반직으로 바꿨다. 이어 올해는 민간위탁 근로자의 직고용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SH공사와 서울교통공사, 신용보증재단 등 3곳의 콜센터 상담원 134명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민간위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 부르고 있지만 이들 상담원은 이미 민간 위탁업체에 소속된 정규직이다. 지난 1일 파업을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과 같은 구조다. 앞서 SH공사 콜센터 상담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 콜센터지회도 지난해 말 시청 앞에서 공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였다. 이들 역시 민간업체 케이티아이에스(KTis) 소속 정규직 근로자다.
콜센터 직원 직고용을 둘러싸고 노조간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콜센터 직원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1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공사노조는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에 공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콜센터 근로자 일부가 가입해 있기 때문이다.
민간 위탁업종의 공공기관 직고용이 일자리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지난달 구내식당에서 조리와 배식 업무 등을 맡는 조리원을 공개 채용한 결과 전체 53명 중 석사 학위 소지자 3명을 포함해 47명이 대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연령도 전체의 84.9%(45명)가 20~30대였다. 이들은 2018년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조리원 중 일부가 정년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며 생긴 빈자리에 채용된 인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직 전환 이전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40~50대가 지원하던 자리가 조리사 자격증을 지닌 고스펙 청년들이 탐내는 자리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 통합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위탁업종의 직고용 정책이 고졸 취업준비생과 경력단절 여성 등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일자리의 문턱만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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