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건설장비 구매자의 미납금을 판매위탁 대리점이 부담하도록 떠넘긴 한국조선해양·현대건설기계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현대건설기계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500만원을 각각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현대건설기계는 2009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건설장비 구매자의 미납금을 판매수수료에 상계(공제)하는 수법으로 판매위탁 대리점에 떠넘겼다.
알고 보니 현대건설기계는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구매자의 부도, 파산 등으로 미수금 발생 때 대리점에게 구매자 채무를 청구, 상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를 근거해 매월 미수금을 제외한 금액이 대리점 수수료로 산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현대건설기계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500만원을 각각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건설기계 정문 전경.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거래상지위, 부당성 여부를 따진 공정위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봤다. 거래상지위와 관련해 대리점들은 계약에 따라 현대건설기계의 업무상 지시·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모두 현대건설기계의 제품만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인데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쟁업체들도 각 지역마다 전속대리점을 두는 등 대체 거래선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상 지위에 놓인 현대건설기계가 자신이 부담해야할 구매자의 매매대금 회수 책임을 상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공정위 측은 “구매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미납금을 대리점에 지급할 수수료와 상계하는 내용의 거래조건은 대리점에게 수금의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매매대금의 2%)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불이익을 부과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관련 민사재판에서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기계는 2016년 5월 관련 계약조항을 삭제하고 구매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미수금에 대한 상계 행위를 중단했다.
김호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대리점들은 현대건설기계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판매수수료 등의 일부를 박탈당했다”며 “시정명령은 분할 후 존속회사의 행위에 대한 분할신설회사에게 부과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법위반 행위 당시 법인인 현대중공업의 분할 후 존속회사로서 명칭을 변경한 한국조선해양에 부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징금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분할 후 건설기계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현대건설기계에 부과했다”며 “대리점 관계에서 불이익 제공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건설기계는 굴삭기·휠로더·지게차 등과 같은 건설장비·산업차량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4월 3일 인적분할로 현대건설기계가 설립되기 전까지 해당 사업을 해왔다.
당시 대리점과의 계약 주체는 현대중공업이었다. 이후 2017년 4월 3일 인적분할로 건설기계 사업부문인 현대건설기계가 신설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3일 물적 분할 후 상호를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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