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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텀블러·성과수(水) 받았다"…대기업 직원들의 한탄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 한국경제

SK하이닉스 '연봉 20%' 성과급 논란
각 대기업으로 급속하게 확산

돈 대신 물품 받은 곳에선 '푸대접' 불만
한 회사에서도 사업부별 차별 논란 커져

'손실' 낸 곳에선 성과급 기대 못해
물 절약 캠페인 없어져 '성과수(水)' 받았다 자조

결국 '소통'이 중요
삼성전기 14% 성과급률에도 '잡음 적어'
경계현 사장 적극적인 소통 영향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좋은 뜻으로 시작된 기업 성과급 제도가 '노사 갈등' 이슈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다른 기업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누적된 성과급 산정 관련 불만과 '실리'를 따지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산업계에선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경영진과 직원 간 '불통'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출입문.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출입문. 연합뉴스

4일 SK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성과급 논란'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분 성과급을 '연봉의 20%'로 산정·공지하자 직원들은 "삼성전자에 비해 너무 적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반발했다. 지난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 의사를 밝혔고 이튿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이 '유감'을 표명하는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협의장엔 사측과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참석했다. 노사는 △성과급 산정기준·공개범위 △최 회장이 반납한 연봉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졸 공채 직원을 뜻하는 '기술사무직'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로 조직으로 2018년 9월 출범했지만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원이 성과급률을 조정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제도' 개선, '성과급 산정방식 투명화' 등을 요구했다.

본사만 '텀블러'? 계열사들 불만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다른 기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직원들이 잇따라 사내 게시판 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한경DB

삼성전자 서초사옥. 한경DB

OPI(초과이익분배금) 지급률이 '연봉의 37%'로 결정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선 '차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성과급률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50%)나 같은 소비자가전(CE)부문에 속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50%)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 지붕 아래 있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간에는 서로의 성과급 잠정안(LG화학 300~400%, LG에너지솔루션 245%)을 비교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기업은 최근 직원들에게 '텀블러'를 지급했다가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사 직원만 받았다"는 불만이 나왔고, 결국 계열사에도 텀플러를 나눠주기로 했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사장(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대신 '성과수(水)' 받았다며 한탄하는 LG디스플레이
각 그룹 부품·소재 계열사들은 사명에 '전자(電子)'가 붙은 간판기업보다 턱없이 작은 성과급 소식에 '우리는 후자(後子)'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삼성에선 삼성디스플레이 12%, 삼성SDI 배터리사업을 하는 에너지부문은 3%, 삼성엔지니어링은 2%로 OPI지급률이 결정됐다.

LG전자에 TV용 OLED 패널 등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도 성과급이 없다.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 사이에선 "올해는 '성과급' 대신 '성과수'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근 한 회사 고위급 임원의 지시로 '물 절약 캠페인'이 없어지면서 화장실 등의 수압이 급격히 높아진 것에 빗댄 자조적인 표현이다.

LG 트윈타워 전경. 연합뉴스

LG 트윈타워 전경. 연합뉴스

이들 계열사에선 "전자 TV나 스마트폰용 부품 등을 열심히 납품하느라 고생했는데 결국 '푼돈'이 들어왔다"는 한탄이 많다. 한 삼성 계열사는 게시판에 올라온 대표이사의 신년사에 모 직원이 "직원 처우를 높여달라"는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OPI 지급률이 14% 수준이지만 큰 잡음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매주 여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OPI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직원들에게 '비교적 투명한 정보'를 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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