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
"미국 제재 대상인 기업과 기술 협의도 진행할 수 없나요?"
"러시아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 국내에서도 통관 제재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세종이 3일 공동 개최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유럽연합) 등의 대 러시아 제재 주요내용과 영향' 세미나에서는 기업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소 추상적인 질문들은 사태의 긴급함과 기업들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듯 했다.
국제통상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못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 질문을 던진 기업인들에게 답변을 하면서도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미국 등이 시행하는 제재가 내용이 복잡할뿐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해 따져봐야할 사안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이날 전문가들은 우리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선무는 정부가 역외적용되는 수출통제 조치인 미국의 FDPR(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업에 정확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 외에도 자체적으로 제재를 마련하고 있는 EU, 일본, 호주 등의 행보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소비재도 군 관련되면 문제…입증 책임은 기업에이날 세미나에서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미국의 경제제재 주요내용과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변호사는 "복잡한 미국의 FDPR 내용과 절차를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필수"라며 정부가 각 기업의 사업과 상황 등에 맞는 정확한 자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조항이다.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세부 기술 전부가 해당한다.
박 변호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상무부 통제리스트(CCL) 3~9에 속하는 ECCN(수출통제 분류번호) 품목의 대러시아 수출, 러시아 내 이전 등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의 허가가 필요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간 민간 용도로 사용돼 허가가 필요 없던 ECCN 품목이 다수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직접회로와 반도체, 개인용 컴퓨터 및 노트북, 민간항공기에 사용되는 부품, 통신장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 등의 대 러시아 제재 주요내용과 영향'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웹세미나 화면 캡처 |
박 변호사는 "거래하는 상대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든 제품으로 무엇을 하고, 제품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실사에도 나서야할 것"이라며 "미국 산업안보국에 각종 입증할 책임은 우리 기업이 지게 된다"고 당부했다.
금융제재와 관련해서도 제재대상자(SDN)의 지분 보유까지 살펴야 하는 등 부담이 적잖다. 박 변호사는 "제재 대상자가 직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도 제재 대상자로 간주된다"면서 "SDN 리스트만 보고 거래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이후 SDN 리스트에 추가되는 러시아 은행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FDPR 예외국 인정 필요"…예측가능성 높여야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FDPR 적용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미 상무부는 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32개국은 미국에 준하는 독자제재에 나서기로 한 만큼 FDPR 조치 적용을 예외했다. 당시 한국은 러시아 제재 동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예외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김두식 대표변호사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미국의 FDPR 적용에서의 예외를 인정받는 것은 중요한 과제는"라 강조했다. 그는 "적용 예외를 받더라도 물론 한국은 미국의 FDPR과 유사한 통제조치를 채택해 시행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예외를 인정받으면 수출 허가권이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되면서 기업들이 좀 더 예측가능하고 분명한 절차에 따라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일본·호주發 '경제제재'도 안심 못해조용준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유럽연합) 등의 대 러시아 제재 주요내용과 영향'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웹세미나 영상 캡처 |
조용준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기유럽연합의 대 러시아 제재는 미국과 견줘 기본적으로 단순한 편이라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EU의 경우 미국의 FDPR(해외직접제품규정)에 해당하는 수출통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외국생산제품에 대한 대 러시아 수출이 직접적인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기업이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지적했다. 군사용 여부를 불문하고 국방 안보분야의 기술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정 상품과 기술에 대한 제재가 추가된 점 등이 사례로 언급됐다. 금융규제 역시 국내 기업이 영향권에 있다. 조 변호사는 "국제 송금 관련된 대금결제를 유의할 필요가 있고 향후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U 외에 영국과 일본, 호주 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조 변호사는 "대체로 EU와 미국의 일부 제재 조치를 뒤따라가며 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EU와 미국의 제재와 유사하게 대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또한 대응제재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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