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잇따른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부터 기술 인력(연구·설계) 직위 체계를 단순화했다. 부장과 차장, 과장 직위를 책임 엔지니어로 통합하고 직급은 기존 부장급, 4급 등을 HL(현대중공업 리더)5~HL1으로 변경했다.
철강업체인 포스코(005490)는 아예 임원계층의 직급을 폐지했다. 포스코는 지난 21일 직급 대신 직책 중심의 인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임원 호칭을 부사장, 전무, 상무가 아닌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 변경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기업 LS니꼬동제련도 지난 4월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던 기존 5단계 직급체계를 역할 중심의 ‘어쏘시엇(associate)-매니저(manager)-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 3단계로 간소화했다. 사원과 대리를 어쏘시엇으로, 과장과 차장을 매니저로 통합하고, 부장은 시니어 매니저로 변경했다.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 아예 사원부터 부장까지 직급을 하나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동안 부장급 이하에 대해 ‘사원-대리-과장-부장’ 등 기존 직급 체계를 사용했으나 내년부터 이들 직급을 모두 ‘PM(Professional Manager)’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임원이 되기 전까진 별도의 승진도 없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기업이 점차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도 더는 과거와 같은 속도 및 방식으로 승진할 수 없다"며 "직급 축소와 호칭 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하며, 이로 인해 서서히 조직 문화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호칭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업무 체계 등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030200)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2014년 기존 체제로 돌아갔다. 한화(000880)그룹 역시 2012년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했다가 3년 만에 ‘부장’, ‘차장’ 등 전통 호칭 체계로 복귀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2011년 매니저 등 영어 호칭을 도입했다가 2017년 2월 한국어로 호칭을 되돌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내세워 직위·직급을 통합해 결국 임금을 적게 주려 하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직 개편을 한 대부분의 기업이 부장 이하 직원들끼리만 평등하게 하고 임원은 예외로 하고 있는 데다가, 기존 수직적 보고 업무 체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결국 차장, 부장 등으로 승진할 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의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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