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날 나스닥이 폭등하면서 S&P 500 지수 대비 나스닥 100 지수는 21년 전 그날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새벽까지 시장은 21년 전을 기리는 듯 잠잠했습니다. 이 날의 두 가지 중요한 이벤트, 즉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미 국채 10년물 입찰(380억 달러 규모) 결과를 기다린 겁니다.
오전 8시30분 발표된 CPI는 시장을 안도시켰습니다.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1.7% 상승하는 데 그친 겁니다. 1월 수치(0.3%, 1.4%)보다는 높았지만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0.1%, 1.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렉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CPI는 앞으로 2%를 지속적으로 넘을 수 있지만 올 봄 정점을 넘기면 다시 하락할 것이다.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인플레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유명 채권투자자인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대표는 이날 웹캐스트에서 "미 중앙은행(Fed)은 일정 기간 인플레가 3%를 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걸 택했다"며 "지금으로부터 넉 달 뒤 정도엔 명목 CPI가 4%를 넘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실제 이 달은 넘어갔지만 다음 달부터는 CPI가 치솟을 수 있습니다. 작년 3~5월 CPI는 팬데믹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기록한 때문입니다. 기저효과와 그새 치솟은 유가를 감안하면 전년대비 2%를 훌쩍 넘을 수 있습니다.
CPI가 나오자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비틀댔습니다. 순식간에 연 1.569% 수준에서 1.53%까지 내려왔고 10년물 입찰 직전인 오후 12시께 1.51%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후 1시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10년물 입찰이 실시됐습니다. 낙찰 금리는 연 1.523%으로 직전 시장 금리보다 약간 높은 선에서 결정됐습니다. 응찰률도 2.38배로 괜찮았습니다. 1년 평균인 2.42배와 비슷했지요. 시장에선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비교적 원만히 소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후 금리는 1.506%까지 내려왔고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다우는 결국 464.28포인트, 1.46% 상승한 32,297.0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상 최고치입니다. S&P 500 지수는 0.6% 오른 3,898.81에 마감돼 금리가 본격적으로 치솟기 전인 2월 초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금리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징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UBS의 마크 헤펠 수석전략가는 "어제 경기민감주들이 약세를 보였지만 우리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은행주와 산업, 에너지주 등 경기민감주들은 향후 광범위한 경기 회복뿐 아니라 재정, 통화부양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들 주식은 금리가 올라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10년물 국채 입찰의 성공은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에서 10년물 국채를 빌리는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에 이번 입찰이 성공할 것으로 봤는데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레포 시장의 10년물 수요가 공매도를 위한 것이었다만 이렇게 금리가 하락할 경우 숏커버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이 날 두 가지 변수는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게다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까지 하원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2일 오후에 서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밥 바사니 CNBC 주식평론가는 "투자자들은 이날 부양책과 좋은 CPI, 10년물 입찰 등을 모두 가졌다"며 "이날 다우와 함께 400여개 종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안정되자 투기가 극성을 부렸습니다. '게임스톱' 류 주식들이 기록적 폭등과 폭락세를 보인 겁니다.
전날 246.9달러로 마감됐던 게임스톱은 이날 12시께 348.5달러까지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별다른 이유 없이 30분 만에 50% 가량 폭락해 17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낙폭을 상당폭 만회해 종가는 265달러로 전날보다 7.33% 오른 채 마감했습니다. 주가가 제멋대로 움직인 탓에 무려 일곱 번이나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게임스톱뿐 아니라 AMC엔터테인먼트, 코스 등도 요요처럼 움직였습니다.
유동성이 넘치다보니 이런 투기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날 통과된 부양책으로 미국인들은 이달 안에 1인당 1400달러를 추가로 받게 됩니다. 이 중 상당액이 미 증시로 몰릴 수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1조9000억 달러 가운데 직접 지원금이 4650억 달러이고 이 중 37%인 1700억 달러가 증시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투자할 때는 두 번 생각하라"고 경고를 날렸습니다. 최근 미국엔 스팩 붐이 불면서 스테픈 커리, 샤킬 오닐, 알렉스 로드리게즈 등 연예인들까지 마구 뛰어들고 있는 판입니다.
이날 장세는 뉴욕 증시 투자자들에게도 괜찮은 결과였지만 한국 등 이머징마켓에겐 더욱 다행이었습니다.
최근 금리 폭등은 '테이퍼리스 텐드럼'(Taperless tantrum)이라고 불렸습니다. 과거 2013년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테이퍼링(매달 사들이는 채권매입액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을 하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테이퍼 텐드럼', 즉 테이퍼링에 의한 시장 발작이 일어났는데 지금은 제롬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발작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사실 2013년 5월22일 버냉키 전 의장의 "향후 몇 번의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발생한 테이퍼 텐드럼은 뉴욕 금융시장엔 단기적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습니다. 5월22일부터 10년물 금리는 두 달 만에 1.6%에서 2.7%로 치솟자 증시는 급락했지만 6월24일까지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5.7%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Fed가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하고 실제 테이퍼링까지 늦추면서 그해 미국 증시는 32.29%나 올랐습니다.
당시 피해는 이머징마켓이 봤습니다. 미국의 긴축 논란에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퍼졌던 달러가 회수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이후 어두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죠. 코스피만 봐도 당시 2000 수준이었는데, 작년 팬데믹 이전까지 2000 수준이었습니다. '박스피'라는 말이 나온 배경입니다.
중국이 지금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긴축을 추진하고, 인민은행이 주기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줄이려고 하는 건 이런 미국의 테이퍼링과 달러 회수에 대비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입장에서 이를 활용해 중국을 더 괴롭힐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중국의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CBIRC) 궈슈칭 주석이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한 이유겠지요. 궈 주석은 "경제가 고도로 세계화됨에 따라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 자본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은 국내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외화 유입 관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실제 지난 자금 시장을 개방했다가 몰려들던 달러가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2015~2016년 힘든 때를 겪기도 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2OHXvoW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금리 발작은 끝?…중국이 몸사리는 이유는 - 한국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