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CNET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공급망은 IT 수요 증가에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며 "이런 칩 부족 사태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자동차 반도체, 이젠 모바일 반도체까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용 모뎀칩 글로벌 1위인 퀄컴이 반도체 생산을 예정대로 하지 못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완제품 생산에 애를 먹게 됐다. 퀄컴 칩 의존도가 높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리얼미 경영진은 최근 "스마트폰 반도체 재고가 바닥났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리얼미는 스마트폰 전원을 관리하는 전력칩, 통신용 주파수(RF) 칩 재고도 다 떨어졌다고 한다.
앞서 샤오미 레드미 브랜드의 루 웨이빙 총경리(한국의 사장에 해당)는 지난달 `레드미 K40` 발표회에서 "올해 반도체는 그냥 부족한 게 아니다.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의 반도체 납품 기간은 30주까지 길어졌고 제품에 따라 33주까지도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에는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의 탑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A, 갤럭시J 등 중저가 스마트폰에는 퀄컴 AP가 대부분이다. 오는 17일 삼성전자가 `삼성 갤럭시 어섬 언팩`을 통해 공개할 갤A52·A72에도 퀄컴 스냅드래건 720G AP와 750G AP 등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도체 `패닉 바잉`도 현실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IT 부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 티토마의 케이스 엥겔렌 CEO를 인용해 "흔하게 사용되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범용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 반도체는 개당 2달러였으나 현재는 14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모바일 반도체 공급 대란의 첫 번째 요인은 빗나간 수요 예측이다. 퀄컴과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모바일 AP 공급사들은 지난해 코로나 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당시 IT 기기의 수요 하락을 점치고 계획한 생산 목표치를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발 디지털 대전환과 억눌린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IT기기 수요가 폭증했다.
또 아몬 CEO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의 풍선 효과도 컸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 스마트폰 기업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하며 화웨이의 점유율이 떨어지자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대체 기업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며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주문량을 늘린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분석가는 "OVX(오포·비보·샤오미)의 반도체 주문이 여전히 강해 반도체의 더블 부킹(중복 주문) 현상까지 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IT 업계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라인을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애플 블랙홀`에 주목한다. 현재 전 세계 IT 반도체 생산은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에 위탁생산(파운드리) 주문을 하고, 여기서 생산한 제품들이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롯한 글로벌 IT 업계에 공급되는 게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TSMC의 7~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첨단 미세화 공정 라인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1년에 2억대 넘게 팔리는 아이폰·아이패드를 앞세워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선점한 것이다. 퀄컴과 엔비디아는 TSMC의 일부 라인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했지만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TSMC에서 생산량을 보장받지 못한 AMD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 퀄컴이 내년에 출시될 신형 스냅드래건 AP의 생산을 삼성전자의 차기 4나노 공정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TSMC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전 세계 대형 고객들의 넘치는 주문에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물량도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자체 5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100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요구한 만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엑시노스 1080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라인에 퀄컴·엔비디아와 삼성전자 자체 파운드리 물량을 나눠 배정하다보니 계획한 물량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엑시노스 2100·108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한 최신 모바일AP다. 엑시노스 2100은 갤S21 시리즈에, 엑시노스 1080은 갤A 시리즈와 중국 `비보`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IT 업계는 갤럭시S21의 올해 전 세계 예상 판매량을 2800만~3000만대로 잡고 있으며 이 중 60%가 엑시노스 2100을 장착할 것으로 본다.


이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28나노 공정 기반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대만의 UMC에 맡기기로 했다. 양산은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F)에도 외주를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 최대 라이벌인 TSMC의 문도 두드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종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8ARiCA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TSMC만 신났다…모바일 반도체 품귀, 삼성전자 퀄컴 비상 - 매일경제 - 매일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