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빚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1351만1568주로, 지난달 말 1018만1801주 대비 32.7%나 급증했다. 금액으로도 지난달 말 7192억원에서 지난 20일 9418억원으로 30.9%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규모가 한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0%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전체 신용융자 잔고주수가 3.1% 느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폭이다.
특히 지난 한주 동안에만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21.0% 늘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25조253억원에서 24조757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급락하자 '물타기'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타기는 시세가 하락 중인 주식을 추가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투자법을 말한다.
지난 1월 9만68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삼성전자는 8만원선에서 6개월 가량 횡보하다 지난 20일 7만2000원선까지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7.39% 하락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6조1919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5억527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외국인들이 내놓은 매물을 대부분 소화했다.
특이한 점은 삼성전자의 대차잔고가 최근 들어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차잔고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를 하기 전 빌려놓은 주식수를 말하는 것으로, 일종의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을 띈다. 주가가 떨어지면 공매도 투자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대차잔고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계속되자 추가적인 하락에 베팅하려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더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대차잔고는 지난달 말 8813만주에서 이달 17일 7773만주로 보름여 만에 11.8% 줄었다. 하지만 불과 3거래일 만에 대차잔고수는 8278만주로 6.5%나 늘었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외국인 순매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등 3개 종목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신흥국 추종 인덱스 자금 후퇴 이상의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축소가 단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다만 과거 반도체 경기의 최악수준까지 이미 비중축소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반도체업종에 대한 추가적인 외국인 매도압력은 제한적이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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