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애플’이라며 조롱받던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을 흔들고 있다. 화웨이의 빈자리를 말끔하게 메우며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엔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쾌거도 이뤄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아성을 넘보는 샤오미의 공세에 대비해 어떤 전략무기를 갖춰놓고 있을까.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격차는 단 2%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통계를 열어본 결과다(카날리스 출하량 기준). 두 기업은 각각 19.0%, 17.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은 14.0%로 3위로 밀려났다. 지난 6월 한달간의 기록만 따져보면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짝퉁이나 만드는 좁쌀’이라며 조롱받던 샤오미가 어느새 스마트폰 시장의 두 공룡 삼성전자ㆍ애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10%를 약간 웃돌았다. 화웨이ㆍ삼성전자ㆍ애플에 이은 4위였다. 그랬던 샤오미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화웨이의 부재다.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시장에서 이탈한 화웨이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결과적으로 그 자리는 샤오미가 꿰찼다.
둘째 이유는 기술력이다. 수년 전만 해도 샤오미 스마트폰을 둘러싼 품질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이 부쩍 높아진 건 품질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은 초반엔 안정성이나 품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하지만 샤오미가 이제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적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품질 문제가 해소됐다면 값싼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경쟁사 제품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샤오미의 돌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중저가 시장에서 잡은 승기를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 3월 첫번째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를 공개한 데 이어 8월 10일엔 플래그십 모델 ‘미믹스4’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단지 노크만 하는 수준이 아니다. 품질도 빼어나다. 디스플레이 아래로 카메라를 숨기는 첨단기술을 동원하고, 퀄컴의 최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88+ 칩셋을 탑재한 샤오미의 제품이 성능ㆍ옵션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시장에선 올 하반기 샤오미의 두번째 폴더블폰이 공개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ㆍ애플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샤오미의 포부가 빈말에 그치지 않을 거란 얘기다.
그렇다면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관건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샤오미의 거센 추격을 어떻게 따돌리느냐다. 상대적으로 급한 건 삼성전자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에 치인 형국이라서다. ‘샌드위치 상황’을 우려해서인지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전략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폴더블폰이다.
10년여간 프리미엄 라인업을 책임졌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빼는 초강수를 띄우고 ‘폴더블폰 대중화’에 사활을 걸었다. 폴더블폰 라인업인 갤럭시Z 폴드ㆍ플립 시리즈를 두차례씩 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8월 27일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를 동시에 출시했는데, 그동안 지적받았던 비싼 가격과 약한 내구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참고: 갤럭시Z 폴드3ㆍ플립3의 판매가격은 각각 199만8700~209만7700원, 125만4000원이다. 이전 모델 대비 40만원가량 싸다. 특히 갤럭시Z 플립3는 갤럭시S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폴더블폰이 기존 플래그십 모델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샤오미가 어느 정도 기술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시장의 진화를 리드하는 건 결국 삼성전자나 애플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발전할 수 있는 진화단계가 성숙도에 이르렀다는 거다. 스마트폰을 접는 기술이 뛰어난 삼성전자가 (전략무기로) 폴더블폰을 꺼내든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폴더블폰 하나로 시장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아직까지 징후도 없다. 기존 스마트폰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만으로는 폴더블폰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더블폰 시장이 본격 개화하려면 애플까지 가세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내놓은 지난해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5G 스마트폰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삼성이 아니라 애플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30.2%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12.7%에 그쳤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애플은 2023년께나 돼야 폴더블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인지 SA도 폴더블폰 시장이 올해 650만대 규모(2022년 1300만대)에서 2023년 3700만대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말하면, 삼성전자가 꺼내든 전략무기가 당장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럼 애플은 어떨까. 애플의 강점은 충성도 높은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하지만 거저 얻은 충성고객은 아니다. 이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건 애플의 강력한 무기인 직관적인 사용자경험(UX)과 디자인이다. 이는 분명 샤오미가 기술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다. 그래선지 최근 아이폰에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오는 9월 출시하는 아이폰13에도 큰 변화가 없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급할 게 없는 애플로선 당장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여전히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신민수 교수는 “앞서 있는 기술 기업들은 어느 정도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 기술을 언제 제품으로 출시할지가 전략”이라면서 “애플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술을 들여올 수 있는데, 아직 격차가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보다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샤오미와 경쟁하기엔 브랜드 밸류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사실이어서 (샤오미 돌풍을 의식해) 애플이 특별하게 뭔가를 준비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당장은 크게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1~2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현지에서도 폴더블폰을 거론하면서 애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아성을 넘보는 샤오미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까. 결과가 어찌 됐든 더 이상 샤오미 스마트폰은 ‘값싼 중국산’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응이 궁금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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