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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빚부담→기업 구조조정 오나…금리 인상 '후폭풍' - 한국경제

막 내리는 초저금리 시대…확대되는 신용 리스크

기업대출 1435조…금리 추가 인상땐 이자부담만 7조
부채비율 200% 넘는 기업 중심 신용등급 줄하향 우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국은행이 연 0.5%의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한 데 이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대다수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특히 내년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날 가능성이 커 신용 리스크가 부상할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과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줄하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예금 취급 금융회사의 기업대출은 1435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의 여파를 받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64.3%(923조2100억원)다. 변동대출금리가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른 폭(0.25%포인트)만큼 상향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 2조3080억원 늘어난다. 대다수 금융회사의 예측대로 한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두 번 추가 인상한다면 연 추가 이자 부담은 6조924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과 통상적인 부채비율 기준 200%를 못 맞추는 기업이다. 한은의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 2520곳 가운데 39.7%에 이른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은 좀비기업과 별개로 지난해 말 기준 15.3%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이 중 상당수가 금리가 더 오르고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19 국면이어서 신용등급 조정도 사실상 유예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전체 413개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19곳(4.6%)에 그쳤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는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높다는 의미의 ‘부정적’이란 꼬리표가 붙은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도 점검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은 30여 곳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금리 더 뛰기 전에…" 우량기업마저 자금확보 서두른다
한은, 추가 금리인상 예고…더 커지는 '신용 리스크'
한국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접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우량 기업들도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시장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착수했다. 하지만 회사채를 발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기업들도 적잖아 금리 인상이 기업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너도나도 회사채 발행 나서
'7조' 빚부담→기업 구조조정 오나…금리 인상 '후폭풍'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업 10여 곳이 다음주(8월 30일~9월 3일) 2조1000억~3조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후 첫 공모 회사채를 내놓는다. 포스코케미칼 한온시스템 한국금융지주 등도 회사채 발행 대열에 합류한다. 한은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자금조달 여건이 팍팍해지기 전에 일찌감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올 들어 이미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완화적 통화정책 중단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3년 만기 회사채 금리(AA-등급)는 지난해 3월 연 1.64% 수준에서 올초 연 2.19%로 뛰었다. 그 여파로 올 1월부터 7월까지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가 127조원으로 작년보다 18.7% 늘었다.

최근 들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다소 주춤해졌다. 회사채 금리가 보합세를 나타낸 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경제 여파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 연말 한 차례, 내년 한 차례 등 두 차례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1.25%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현재 연 1.84% 수준인 3년 만기 회사채는 연 2%대 초중반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며 “일부 신용등급이 낮거나 전망이 어두운 기업들은 회사채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일각에선 그간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던 항공, 숙박, 자동차 부품, 엔터테인먼트 업종 등에서 신용등급 강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숙박업체들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 연장 등이 제한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이 전했다. 한은의 올 1분기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체의 올 1분기 말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0% 미만이라는 뜻은 영업적자를 냈다는 뜻)은 -113.38%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3.62%를 기록했다. 음식·숙박업계가 1000원어치 매출을 올리면 36원20전 손실을 냈다는 의미다.
기업 구조조정 벌어질까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연 0.5%인 초저금리에 편승해 이자비용을 근근이 내면서 버텨낸 기업이 적잖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지금까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선 원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됐다. 9월에도 한 차례 더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년엔 이 같은 조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 과정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좀비기업이 빠르게 퇴출되지 못하면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성장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생산성 둔화 요인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좀비기업 비중이 2010~2018년 늘어나지 않았다면 일반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평균 1.01%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며 “재무 상황, 보유 기술의 차별성을 비롯한 기업 특성을 반영한 구조조정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앞으로 기업으로부터 빚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김은정/이현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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