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개인 자금의 대규모 증시 유입은 100조원이 넘는 증시 주변 대기 자금 규모와 올해 상장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회복 등 여건을 고려할 때 코스피 3000시대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에 번번이 졌다고 평가받는 개인이 지난해 한판승을 거뒀다는 역사적 경험은 앞으로 한국 증시의 질적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핵심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개인 자금의 대이동이 수십 년간 지속된 가계 자산 구성에 극적인 변화를 이끌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국내 가계 자산 중 76.4%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쏠렸다. 저축,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6%에 불과하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0년 조사 결과를 봐도 부동산 비중은 75.8%, 금융자산 비중 비중은 21.4%로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2007년 7월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2010년 12월 2000을 돌파했다. 그리고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9년 말 2197.6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박스피에 갇혀 있는 동안 가계와 개인의 자금 이동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인·가계 자금의 머니무브와 투자 자산 구성 변화는 지난해 1분기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가계의 총운용자금 60조5000억원 중 주식·펀드는 -5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81조8000억원 중 3조2000억원으로 급격한 반전을 이뤘다. 지난해 1분기 20조5000억원에 이르는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가 통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분기 중 주식·펀드 투자는 2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60% 급증했다. 가계·개인 자산의 머니무브가 통계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증시 3000시대를 여는 머니무브를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받지 않으면 연 1%를 받기 어렵다. 은행에 돈을 맡겨서는 더 이상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은행 예·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내 집 마련에 나서던 기존 자산 형성 과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과거 가계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가계 자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부동산은 자산 가격 급상승과 대출 규제로 자산 형성·축적 수단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019년 말 8억2700만원에서 지난해 말 8억93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0억원이 넘는 곳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4곳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종로구, 광진구, 마포구까지 가세하며 7곳으로 늘었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에 그친다. 15억원이 넘으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없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주식 투자가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트레이딩)`가 아니라 국내 산업 발전과 성장을 이끄는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개인 자금 대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30~40% 늘어날 전망인 데다 기업도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강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는 점에서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저금리와 맞물리며 증시 자금 유입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러브콜에 동학개미운동 시즌2의 수급 컬래버레이션(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추세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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