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며 추가 대책을 시사했다. 다음 달로 다가온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선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상화폐 사업자 신고 연장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방안과 관련해 “단계적 일정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고 27일 밝혔다.
그는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이 2023년 7월까지 3단계에 걸쳐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개인별) DSR 도입은 가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이런 일정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금융위는 지난 7월부터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을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전 금융권 대출을 합쳐 총대출액 2억원이 넘는 경우, 내후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경우로 확대 적용한다.
DSR은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계산한다.
고 후보자는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이나 실수요자의 불편이 없도록 보완대책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출 성격을 가리지 않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뤄지면서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로 촉발된 농협은행과 단위조합의 대출 중단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고 후보자는 “시장에서는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 같지만, 크게 목표에서 벗어난 곳이 그 두 곳이었기 때문에 조치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실수요자분에게 충격이 나타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총량규제를 하다 보니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저희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대출, 집단대출은 실수요 대출인데 사실 최근에 많이 늘고 있는 게 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 후보자는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책 역량을 동원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발표한 대책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효과성을 높이고 필요 시 추가대책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계부채(한은 가계신용기준)는 2분기 말 1805조 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 분기 말 대비 41조 2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2.8%로 같은 기간 미국(78.8%), 영국(91.4%), 프랑스(68%)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이날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사견을 전제로 추가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 번의 인상으로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저는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금융 불균형 누적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시장 가격상승 등을 고려한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생각을 하지 않을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런 판단을 잘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고 후보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기간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24일까지 국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려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수리를 마쳐야 한다.
현재까지 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다른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어 무더기 폐업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고 후보자는 “외부에도 계속해서 9월 24일까지 신고해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 알려왔다”며 “그동안의 신뢰보호라든지 이용자 피해가 더 늘어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는 그 일정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말로 다가온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문제를 두고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감안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상황과 방역상황을 보고 판단할텐테, 최근 방역상황은 심각해지는 측면도 있다”며 “어떻게 할지는 (금융권과) 상의해 가면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관치금융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금융사에 대한 직접적인 관치금융은 저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취임하게 되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해 가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같은 목표에 대해서는 협의해서 계획을 만들고 권고 사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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