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사고 후 청구한 보험금 중 20억원 이상을 먼저 수령한 후 더 욕심이 생겼다. 보험금을 쉽게 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보험 가입을 시도했다. 그는 아내에게 홈쇼핑에 전화해 보험 가입 상담을 요청하게 한 뒤 보험사 상담원이 연락해 오자 아내를 통해 진행했다.
하지만 이 전화 한 통으로 그의 사기 행각은 덜미를 잡혔다.
상담원은 전화 통화 마지막에 앞서 설명한 보험 상품의 내용을 절차상 A씨가 확인했는지 되물었고 아내는 순간 실수로 수화기를 남편 A씨에게 건넸다. 그때 A씨가 "네"라고 답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녹취됐다. 청각장애 1급 진단을 받아낸 A씨가 저지른 52억원 상당의 보험사기 행각이 발각된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몇몇 보험사들도 A씨의 보험금 청구 건을 보험사기로 의심해 직원을 A씨가 사는 곳에 파견했다. 이후 그 정황을 잡으려 여러 시도를 했다. 파견한 보험사 직원 중에는 형사 출신도 있었다.
보험사 직원은 주민처럼 행세하며 A씨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A씨의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고 놀래켜 반응을 유도하기도 했으나 전혀 미동하지 않았다. 자칫 52억원 상당의 보험사기는 그대로 묻힐 수 있었지만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A씨의 욕심이 스스로가 보험사기임을 자백하게 만들었다.
#2009년 전남 순천에서는 가족과 친척, 사돈까지 연계된 10억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발생했다. 이중에는 무속인을 비롯해 초등학교 교사 3명도 연루됐다. 특히, 교사 3명은 가족보험 사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고의로 넘어져 다친 후 입원해 보험금으로 단 한 건에 1300만원을 타내는 등 매번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받으려다 발각됐다. 갑자기 고급 차량 등을 사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이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보험사기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최초 보험사기 1924년 4월 '보험외교원의 협잡' 기사 실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2조에 따르면 보험사기 행위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기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인원은 10만명에 육박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4월 발표한 '2020년 보험사기 적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9만882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다. 적발 금액은 8986억원으로 같은 기간 2.0%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자의 직업을 보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가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원(19.4%), 전업주부(10.8%), 무직·일용직(10.5%), 학생(4.7%)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보험설계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등 관련 전문종사자 비중도 3.6%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적발 비중 24.9%로 가장 높은 가운데 10대 청소년과 20대의 보험사기 가담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10·20대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지난해 1만86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최초 발생한 보험사기는 1924년 4월 2일자 매일신보에 실렸다. 당시 매일신보는 '보험외교원(보험설계사)의 협잡'이라는 기사로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기 사건을 소개했다.
내용을 보면 보험외교원 조모 씨는 송모 씨 등과 보험사기를 공모했다. 1923년 8월 수원군 마도면에 사는 이모 씨의 아내가 위독한 것을 알고 다른 여자를 이씨의 아내인것처럼 속여 사망보험금이 5000원인 양로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내가 사망하지 않자 이들은 그해 10월 살아있는 이씨 아내의 사망신고를 당국에 허위로 제출했다. 이후 보험금 5000원을 편취했다가 발각, 법정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gIIOx7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무심코 "네" 했을 뿐인데…`52억 보험사기범` 잡은 전화 한통 - 매일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