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한 일본 업체
미국으로 넘어가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찾기 어려워져
일본 반도체, 1980년대 전세계 80% 장악
시장 변화에 적응못하면서 삼성 등에 추월 당해
최근 삼성도 투자 부진 등으로 입지 위태로워져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신경훈 기자
시장 투자자들은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로 인해 생길 시장의 지각변동에 특히 주목했다. 각각 2, 3위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 시 합계 점유율 32.6%로 삼성전자(33.4%)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오래 몸담았던 이들은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 추진을 두고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1980년대 전세계 부동의 1위였지만 현재는 매출 기준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일본 기업은 9위의 키옥시아가 유일하다. 키옥시아가 웨스턴디지털에 넘어가면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일본 업체는 단 한곳도 남지 않게 된다.
웨스턴디지털.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D램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을 순식간에 제쳤다. 일본 히타치 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자신이 쓴 '일본반도체 패전'이라는 책에서 "일본 기업은 ‘과잉기술·과잉품질’이란 병에 걸려 세계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D램 생산시장을 한국 등에 내주고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고품질 D램 생산에만 몰두하다 가격과 생산량 등에서 한국에 밀렸다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유럽업체들의 반도체 장비를 과감하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국제 분업체계를 잘 활용했다"며 "일본은 모든 장비와 부품의 자국 내 생산을 고집했던 반면 삼성전자는 비교적 가격이 낮고 고품질을 낼 수 있는 장비와 부품을 적절하게 공수해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 또한 잠자코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경영에 사실상 복귀한 뒤엔 다시 투자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2023년까지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등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삼성은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14나노 이하 D램과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부문에선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등 3나노 이하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신기술을 이른 시일 안에 상용화해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이다.
2012년 2월 일본 최대 D램 반도체 업체였던 엘피다메모리의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왼쪽) 등이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기업 또한 언제든지 반도체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과거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각 국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에 직결시켜 생각하는 만큼 삼성과 한국 정부의 협력관계도 반도체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던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세제혜택 인재양성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결국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 기업과 업종에 대한 특혜 시비를 우려해 집중적인 세제지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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