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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없어서 못 판다"…폴더블폰 돌풍에 삼성 '중대 결단' - 한국경제

폴더블 '3수 끝 대박'…삼성, 전격 증설

접고 펴는 스마트폰, 마침내 시장 흔들다
베트남라인 확충…연 1700만대 → 2500만대 생산
美 사전 예약 '역대급'…中도 100만대 훌쩍 넘어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샵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샵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삼성이 갤럭시Z플립3와 Z폴드3 등 3세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전격 증설하기로 했다. 신제품을 공개한 지 20여 일 만이다. 폴더블폰 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외형)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 새 판 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생산능력을 현재 연 1700만 대에서 연 2500만 대로 50% 안팎 늘리기로 했다. 베트남 박닌공장에 하반기 장비를 투입해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2년 초부터 증설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폴드 모델 기준 약 1000만 대, 플립 모델은 15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미 지금도 완전 가동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증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1차적으로 7개 모듈 라인을 10개로 늘린 뒤 글로벌 수요를 봐가면서 생산능력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이 폴더블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1주일간의 국내 사전 예약에서 92만 대가 신청돼 작년 1월 출시된 갤럭시S21의 사전 예약보다 1.8배 많았다. 사전 개통 첫날 건수(27만 대)는 역대 삼성 스마트폰 중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 사전 예약이 올해 1~7월 2세대 폴더블폰 판매량을 넘어서고 중국 예약도 1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해외에서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2019년 1세대 폴더블폰을 내놨지만 세계적으로 50만 대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2세대까지 내놨지만 1, 2세대를 합친 판매량 역시 200만 대에 머물렀다. 삼성이 ‘3수’ 끝에 폴더블폰을 스마트폰 주류 시장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스마트폰용 폴더블 패널 출하량 예상치를 6월 892만 개에서 8월 1038만 개로 두 달 만에 약 16% 높여 잡았다. 내년 출하량 전망치는 1640만 개로 6월 전망 대비 14% 높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의 대중화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기능·디자인·가격 '3박자 혁신'…삼성 '폴더블' 게임체인저로 부상
삼성, 폴더블폰 생산능력 年 2500만대로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한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를 지난 두 달간 약 300만 대 생산했다. 폴더블폰 월 최대 생산능력이 140만~150만 대니 공장을 ‘완전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 폭발’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물건 없어서 못 판다"…폴더블폰 돌풍에 삼성 '중대 결단'
한국에선 지난 17~23일 접수한 사전예약 기간에만 플립3와 폴드3가 92만 대 팔려나갔다. 작년 1월 내놓은 갤럭시S21의 예약 판매량(약 50만 대)보다 80%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에서도 사전예약 물량이 2세대 폴더블폰의 올 1~7월 판매량을 넘어섰다. 흥미로운 대목은 삼성 스마트폰의 ‘무덤’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의 뜨거운 반응이다. 다음달 1일 시작하는 사전예약 대기자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판매 매장에선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폴더블폰 생산 시설 확대를 전격 결정한 배경이다. 삼성은 증설을 통해 폴더블폰 월 최대 생산능력을 20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1700만 대에서 2500만 대로 늘어난다. 작년 한 해 동안 2800만 대 팔린 갤럭시S20에 맞먹는 규모다.

○“왜 접고 펴야 하는지 보여줬다”
지난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판매량은 약 200만 대에 그쳤다. 작년 2세대 폴더블폰을 출시한 뒤의 성적표여서 “폴더블폰은 안 된다”는 회의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3세대 폴더블폰 출시 이후 180도 달라졌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2세대 폴더블폰까지는 접히는 폰을 구현하는 데 급급해 왜 접고 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신작은 혁신을 통해 이 부분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고 했다.

상하로 접는 플립 시리즈는 접었을 때가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전작까지는 접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었다. 간단한 알림을 확인하는 ‘커버 디스플레이’가 있었지만 카메라 구멍 두 개를 합친 정도 크기여서 활용도가 낮았다. 플립3는 커버 디스플레이 면적을 네 배로 키웠다. 커버 디스플레이로 셀프 카메라도 찍고 ‘삼성 페이’로 결제도 할 수 있게 됐다.

좌우로 접는 폴드 시리즈는 폈을 때 7.6인치의 큰 화면이 장점이다. 하지만 폴드 전작도 크다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했다. 폴드3에는 화면 필기가 가능한 S펜이 적용돼 사용성이 향상됐다. 위쪽 화면에서 동영상을 보면서 아래쪽에선 필기를 하는 등 다양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 것이다.

커버 디스플레이 확대는 디자인, 즉 휴대폰이 예뻐지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검은 디스플레이와 커버의 라벤더·크림·그린 등 색상이 어우러져 감각적인 투톤 디자인이 됐다. 20~30대들은 휴대폰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용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애플 아이폰이 마니아층은 물론 2030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상당수 2030세대가 “플립3의 디자인만큼은 아이폰 못지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격이 ‘화룡점정’이 됐다. 플립3, 폴드3 모두 가격을 40만원 정도 낮추고 내구성을 향상시킨 게 흥행에 한몫했다. 품질과 가격이 동반 ‘퀀텀 점프’를 한 셈이다.

○폴더블폰 판매 곧 3000만 대 넘을 듯
삼성의 폴더블폰 증설 투자 결정에는 “폴더블폰을 꼭 주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샤오미 등의 거센 추격에 스마트폰 세계 1위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9년 상반기 21.1%였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엔 19.8%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도 19.8%였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11.2%→13.6%→16.0%로 상승했다. 샤오미 점유율은 2019년 상반기 8.6%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14.9%로 뛰었다.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시장에선 애플의 아성에 밀리고 중저가폰 시장은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고전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전략을 넘어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게 폴더블폰이란 폼팩터(외형) 혁신이었다. 폴더블폰을 스마트폰의 주류로 키워 경쟁의 ‘전장’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통상 하반기엔 갤럭시노트 신작을 발표하던 것을 포기하고 폴더블폰에 올인한 것 역시 삼성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도 ‘폴더블폰 대중화’에 힘을 싣는 전망이 늘고 있다. 올 5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을 1300만 대, 2023년 3700만 대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6일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900만 대에서 2023년 3000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면 폴더블폰이 삼성 스마트폰 간판 기종인 S 시리즈에 버금가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갤럭시S10과 갤럭시S20는 각각 출시 후 1년간 3600만 대, 2800만 대 팔렸다.

김병근/서민준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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