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흥행보증수표 '전량 리콜' 악재
회사 떠받치던 핵심 차량은 50% 감산
마른수건 쥐어짠 임협…부결시 후폭풍 우려
2022년형 쉐보레 볼트EV(왼쪽)와 쉐보레 볼트EUV. 사진=한국GM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출시를 앞두고 있던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와 볼트EUV의 등장 시점이 미궁 속에 빠졌다. 신형 볼트EV는 2017년 국내 출시된 볼트EV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볼트EV의 파생 모델인 볼트EUV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쉐보레의 첫 전기 SUV다. 두 차량 모두 66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고,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볼트EV 414km, 볼트EUV 403km를 인증 받았다.
쉐보레 볼트EV 부분변경 모델. 사진=한국GM
이에 더해 파생 모델인 전기 SUV까지 동시 출격하면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세울 수 있을 터였다. 특히 볼트EUV는 온라인 사전계약 당일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호평 속에 국내 사전계약을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구형 볼트EV 일부 모델에 한해 진행하던 자발적 리콜을 볼트EV·볼트EUV 전 모델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차량 배터리셀에 음극 탭 결함과 분리막 접힘 등 두 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돼 내려진 조치다. 이로 인한 리콜 규모는 1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으로선 사전계약을 받았지만 차량 인도를 언제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사진 =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1만2600여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3만8000여대였다. 3대 중 1대꼴로 트레일블레이저가 팔린 셈이다. 그외에는 스파크가 트레일블레이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팔렸고 나머지 물량은 트래버스·말리부·콜로라도 등이 나눠 가졌는데, 경차의 낮은 마진률을 감안하면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GM의 주된 수입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존재감은 수출에서 더 커진다. 올해 상반기 약 8만2000대(형제차 뷰익 앙코르 GX 포함)가 수출되며 같은 기간 한국GM의 수출물량 13만3500여대의 60%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 7월에는 전체 수출 물량 1만4329대 가운데 1만1484대가 트레일블레이저였다. 사실상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GM을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꾸준한 인기도 얻는다. 최근 미국 자동차 정보사이트 에드먼즈는 '올해 최우수 자동차' 소형 SUV 1위로 트레일블레이저를 선정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반 걸음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트레일블레이저 감산이 한국GM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GM의 전기 SUV, 쉐보레 볼트 EUV. 사진=한국GM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합의하고 찬반투표를 진행했지만, 절반이 넘는 51.15%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된 바 있다. 새로 도출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3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등 1차 잠정합의안에 더해 1인당 30만원 상당의 차량 정비쿠폰과 20만원의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이 추가됐다.
업계는 2차 합의안에 더해진 '차량 정비쿠폰'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에 유동성이 바닥나 현금을 주지 못하니 쿠폰을 주기로 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한국GM의 어려운 상황은 일시금 지급에서도 엿보인다. 450만원 중 400만원은 임금협상 타결 즉시 주지만 50만원은 연말에 주기로 했다. 한 번에 줄 여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성공을 위해 협력을 다짐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노조위원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노조도 물러설 자리가 없다. 이미 쟁의권을 확보했고 연말 지도부 선거가 있기 때문. 이번 투표가 부결돼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내달 추석 이후로 임협이 넘어가면 제시안 요구를 위한 파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연말에는 새 노조 집행부를 정하는 선거운동 등으로 교섭이 장기화될 우려도 크다. 이번 잠정합의안 투표가 찬성으로 결론나지 않으면 노사가 파국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목표였던 연내 손익분기 달성이 요원해졌고 신차 출시도 안갯 속에 빠진 상황"이라며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합심해 2022년 신차 도입까지 보릿고개를 극복해야 한다. 만약 임협이 부결된다면 양측 모두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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