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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대 냉장고 한달 줄서야 겨우 사요…K가전 초호황 - 매일경제 - 매일경제

◆ K가전 전성시대 ◆

"주문이 밀려 있어 오브제 냉장고와 워시타워는 지금 구매해도 3주, 전기 인덕션은 한 달 후에나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LG베스트샵 서울 대치 본점. LG전자 강남 최대 매장 중 하나인 이곳에서 근무하는 강정완 매니저는 "최근 오브제 냉장고와 워시타워, 70인치대 TV 제품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매니저는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일부 신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400만원대 오브제 냉장고 등 일부 인기 제품은 구매 후 상품을 받기까지 한 달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재택 시간이 증가하고 보상 소비심리까지 더해지며 가전제품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제품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K가전`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공장을 풀가동하며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 전체 생활가전 생산 물량 중 30%를 담당하고 있는 창원공장의 송명훈 생활가전(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 제조팀장은 "보통 연말에는 시설 정비기간을 겸해 10일 정도 쉬는데 올해는 밀려드는 발주에 대응하기 위해 휴무기간을 5일로 줄였다"며 "그마저도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휴무기간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미리 당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입사 18년 만에 처음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호황에 힘입어 가전업체들은 최고 실적을 예약해둔 상태다. LG전자 H&A사업부는 올해 글로벌 백색가전 시장 최초로 연간 매출액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1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생활가전뿐 아니라 TV 등 홈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 실적은 독보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15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바이러스 99% 잡는 건조기·식기세척기…주부 꽂혔다

한국 가전 유례없는 호황 왜

코로나로 실내 위생 수요늘어
살균기능 뛰어난 제품 관심커

올 식기세척기 판매 4배 `쑥`
먼지제거 의류관리기도 불티

취향 맞춤 `비스포크·오브제`
가전서 인테리어 제품 변신

가전제품 수요 증가로 국내 가전 업체 일부 신제품은 구매 후 제품을 수령하는 데 한 달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25일 서울시내 한 가전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구입하기 위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진설명가전제품 수요 증가로 국내 가전 업체 일부 신제품은 구매 후 제품을 수령하는 데 한 달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25일 서울시내 한 가전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구입하기 위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상반기만 해도 글로벌 경기 위축과 소비 둔화 영향으로 올 한 해 가전 업체 실적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부 해외 생산시설까지 셧다운 사태를 빚으면 수요와 공급에서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하반기 가전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외부 활동 등이 어려워지면서 여가 소비를 가전제품 소비로 대신하는 보상 소비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주거 공간 역할이 확대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외형적 성장과 진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류 가전 외 제품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비주류 제품군으로 분류됐던 건조기,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등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점차 주류와 비주류 제품군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필수 가전은 아니더라도 가사 노동을 더욱 편리하게 하거나 시간을 줄여주는 제품들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판매량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일부 품목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늘어나는 등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하이마트가 이달 23일을 기준으로 올해 가전제품 매출을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식기세척기 성장률이 145%에 달했다. 의류관리기와 전기레인지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55, 22% 늘었다. TV 매출 증가율도 15%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올 3분기 누계 기준 건조기 판매가 약 60% 증가했으며 에어드레서는 80% 후반대, 식기세척기는 약 4배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면서 가전제품 업체 역시 위생 수요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전 업체들은 일상 가전 대부분을 살균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물을 100도로 끓인 고온 `트루스팀`을 활용한 생활가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트루스팀이 적용된 제품은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99.99~99.999% 제거하는 살균 성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트루스팀은 물을 100도로 끓여 수분 입자는 미세해지고 스팀 양은 풍부해져 옷, 이불, 식기 등을 케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식기세척기에 세척할 때마다 수도관과 연결된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직수 방식을 통해 75도의 고온수로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99.999% 제거하는 살균 세척 기능을 채택했다.

가전 업체들은 건강·위생과 관련한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글로벌 인증을 받은 자체 연구소까지 설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에코라이프랩`이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 `TUV 라인란트`에서 미생물 시험소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TV 구매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영화관과 공연장, 콘서트 등에 가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직관`을 대체하기 위해 초고화질 TV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TV 판매량은 2억2383만대로 지난해보다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4902만대에 달하는 TV를 팔며 15년 연속 TV 시장 판매 1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 시장의 성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신규 게이밍 콘솔을 구매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맞춤형 TV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거 공간은 먹고 자는 곳을 넘어 개인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가전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인테리어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맞춤형 인테리어가 가능한 비스포크 키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LG 오브제컬렉션`을 앞세워 공간 인테리어 가전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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