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공무원 잘려도 이득"
'눈 가리고 아웅' 결과에 분노
"내집마련 하려 '영끌' 고민했는데
LH 투기에 영혼까지 털린 상황"
시민단체들, 버스광고 시위 돌입
전국 65개 공공주택지구 토지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는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명시흥신도시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LH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LH와 토지보상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1
지난 10일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와 LH 해체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전국 65개 공공주택지구 토지주로 구성됐다. 협의회 관계자는 “투기꾼들이 신도시 발표 전부터 땅을 사들여 원주민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3기 신도시 사업을 재검토하고 LH를 즉각 해체하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등 농민단체 회원들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도 LH 비리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1주택자도 투기꾼 취급하며 규제를 강화하더니 정작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로 투기행위를 했다”며 “이런 정부를 더 이상 어떻게 믿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LH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 땅을 매입할 때 그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와 있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거 마련은 물론 취업 기회까지 박탈당한 청년층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 담당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했다는 점에서 공정성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촛불 시위로 탄생한 이번 정부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이 더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와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은 심각한 불평등·불공정”이라며 “도심의 공공주도 정비사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커진 데다 공정의 가치까지 흔들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맞고 있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회피보다는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석/전형진/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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