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판가 상승으로 OLED 패널 탑재 제조사 늘어나"
OLED 탑재 비율 늘어나는 'K자 회복'이 한국 기업에기회
삼성·LG, TV·모니터·노트북·폴더블 스마트폰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지난해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 노트북 수요 증가, 폴더블폰 출시 등의 영향으로 경쟁사 대비 OLED 패널 출하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의 극심한 공급부족 현상으로 패널 업체들이 생산 차질에 직면하면서 주문량이 강하게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TV 패널 가격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주요 세트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CD 패널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는 패널 작동에 필수적인 구동칩(DDI), 타이밍컨트롤러(T-Con),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반도체 공급 부족이다.
코로나19로 IT제품 수요가 늘면서 LCD 패널 가격이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는 가운데 패널 작동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패널 가격 상승 폭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달 4일 "최근 DDI 공급사들이 공급 부족과 사업전략 등을 이유로 고객사에 배정했던 DDI 물량을 재조정했다"며 "DDI는 올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목표 출하량을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는 중국 제조사와 달리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는 모두 그룹 계열사를 통해 물량을 우선 배정받아 국내에서 생산한다"며 "반도체가 LCD나 OLED 패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어도 반도체 수급에 문제 없이 목표 출하량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통해 반도체를 공급 받는다. 설계는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업체가 맡는다.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 계열의 실리콘웍스가 설계한 DDI를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
이 같은 이유로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자 전자 제품 제조사들이 OLED 패널 탑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가격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OLED는 꾸준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LG와 삼성은 중대형 TV부터 스마트폰, 애플워치에 이르기까지 OLED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서 중국 업체에 비해 시장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K자 회복'이 한국 기업에겐 기회
남상욱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OLED의 문제는 시장 규모가 작았다는 점”이라며 “BOE같은 중국 업체가 OLED 생산 라인을 갖췄다고 해도 OLED 패널 탑재량이 늘어나면 기술력이 앞선 한국 기업에게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과 LG가 코로나19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난 고가 노트북, TV, 모니터 등 세트 제품과 OLED 패널 산업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시너지로 작용한다. 'K자회복'이라 불리는 양극화 심화로 IT제품에서도 고가 제품 수요가 늘어난 점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보다 한국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TCL도 세트 제조 업체를 가지고 있고 BOE도 OEM 업체와 협력하지만 중저가 제품 위주인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 계열사의 세트 제품에는 OLED 패널을 탑재하기 어렵다”며 “삼성과 LG는 TV, 노트북 등에서 탑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트북용 OLED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고, LG디스플레이의 중대형 TV용 OLED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8% 이상으로 사실상 독점 상태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노트PC 시장에서 37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이 1.7% 수준으로 미미했다"며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라인업 확대와 판매국가 확대로 1000만대 이상의 노트PC 판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노트북 판매량을 1000만대로 예상하며 그 중 절반인 400~500만대에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트북용 OLED 패널 공급량이 직전년도 보다 5배 이상 성장한 상황에서 올해도 OLED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 1위의 레노버를 포함해 델, 아수스, 기가바이트 등이 OLED 패널을 탑재한 노트북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폴더블 OLED디스플레이도 한국이 주도
여기에 더해 올해 연이어 출시 예정인 폴더블 스마트폰도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올해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을 600만대 전후로 예상한다”며 “수율이나 AS 등을 고려해 부품 기준으로는 900만~1000만대, 패널 기준으로는 800만대, 세트 기준으로는 700만대 전후의 출하량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게 폴더블 OLED 패널 개발을 의뢰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규모가 훨씬 커 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BOE가 현재 아이폰 OLED 패널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물량이나 수준면에서 삼성과 LG에 부족하다”며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이폰 OLED 공급 물량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0%, LG디스플레이가 20%, 중국 BOE사가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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