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천하 막자" 연합전선 구축
신세계, 이베이 매각 입찰 참여
네이버와 이마트는 이날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어 주식 교환 등을 통한 제휴협력 방안을 의결했다. 신세계그룹은 1500억원 규모의 이마트 자사주와 신세계가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원어치를 네이버 주식과 맞교환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이마트 3대 주주(2.96%)로 올라서게 된다. 두 회사는 온·오프라인 유통·판매,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 구간) 배송 등 폭넓은 제휴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쇼핑 거래액은 30조원(네이버페이 결제액 기준) 규모다. 이마트의 지난해 총매출은 15조5354억원이다. SSG닷컴(3조9236억원)까지 합하면 19조원을 웃돈다. 네이버와 이마트를 단순 합산하면 쿠팡(약 22조원)을 능가한다.
신세계는 이날 이베이코리아(거래액 기준 20조원)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2대주주이자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정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신세계 외에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 7~8개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주가는 15일(현지시간) 4.09% 오른 50.45달러로 마감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97조8554억원에 달한다.
161조 온라인 유통 '패권전쟁'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은 ‘오월동주(吳越同舟)’ ‘국공합작’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 큰 적(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옆의 적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161조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넘어 유통 패권을 누가 쥐느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신세계가 갖고 있는 물류, 상품 역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신세계는 편의점(이마트24, 5200여 개)과 이마트 매장(150개)을 포함해 약 73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용인, 김포에 있는 SSG닷컴의 풀필먼트센터(온라인 주문용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물류시설)는 신선식품 배송에 특화돼 있다.
네이버는 물류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년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단행했다. 쿠팡의 거침없는 공격에 대비해 쇼핑 분야의 최약점으로 꼽히는 물류 분야를 신세계, CJ라는 범(汎)삼성가를 끌어들여 서둘러 보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쇼핑의 구현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등 대형 매장에서 AI 상품 추천을 결합한 AR(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서비스, 네이버랩스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카트 개발 등 차별화한 리테일테크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자칫 네이버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신선식품과 ‘럭셔리’ 분야의 강점을 내세워 SSG닷컴은 그동안 독자적인 쇼핑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제휴로 이마트도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는 “네이버를 정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합종연횡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일단 덩치를 키우겠다는 측면이 크다”며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네이버와의 제휴와 M&A(인수합병)를 통해 SSG닷컴 상장 시 몸값을 최대한 높여 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처럼 SSG닷컴을 미국에 상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동휘/김주완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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