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설립 73년 만에 첫 도전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2대 주주'로
조인트벤처도 설립
투자금 최소 1500억 이상
위탁 생산·신약 개발 집중 육성

지난해 7월 14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린 롯데그룹 임원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 회장은 각 계열사 사장단에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혁신을 당부했다. 롯데그룹 제공
22일 경제계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코스닥 상장사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최대주주인 손기영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8.96%다. 롯데는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 일부 매입 또는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또 엔지켐생명과학과 별도의 조인트벤처(JV)도 설립할 예정이다. 투자금액은 조인트벤처와 지분 인수 등을 합쳐 최소 15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투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가 맡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후에 결정한다.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도 지분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MO사업으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바이오 분야에 먼저 진출한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두 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SK팜테코 등은 반도체와 화학 분야에서 쌓은 제조업 노하우와 과감한 투자로 업계 선두권 회사로 발돋움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 설립된 신약 개발 회사다. 녹용에 들어간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EC-18을 개발 중이다. 이 물질은 코로나19와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치료제로 미국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또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공장도 가동하고 있어 롯데가 CMO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약·CMO사업 동시에 키운다
![[단독] '신동빈의 승부수'…롯데, 바이오 사업 뛰어든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A.25803374.1.jpg)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요즘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건 대로(大怒)에 가깝다”는 게 롯데지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1월 1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과감한 투자로 새 먹거리를 찾으라는 신 회장의 주문이 나오면서 변화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에 도전장을 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롯데지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컨설팅사와 계약을 맺고 신사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롯데 측은 바이오 사업이 경기에 민감한 유통과 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는 경기에 덜 민감한 분야인 데다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다”며 “해당 분야 전문성이 높지 않더라도 막강한 자본력과 화학 사업의 생산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제약 계열사가 없는 롯데그룹은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롯데그룹은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롯데제약이 있었지만 2011년 롯데제과에 인수합병시키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할 기회를 놓쳤다.
SK그룹이 잇단 바이오 계열사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도 롯데그룹에는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과 작년 7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두 곳의 시가총액은 총 19조2389억원이다.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9곳의 전체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CMO 사업을 동시에 하는 바이오 회사는 별로 없다”며 “두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다진 엔지켐생명과학이 적임자로 꼽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섭/박동휘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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