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MC사업부 재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 1월 미국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하며,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부진 중이다.
미국 시장은 LG전자의 주요 시장 중 한 곳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도 불안해졌다.
특히 아이폰12 시리즈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은 지난해 10월 출시되면서 올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월 아이폰12 시리즈를 2000만대 판매했다. 전년 동월 아이폰11 시리즈 대비 35% 증가한 수량이다.
애플은 신모델 효과로 1월 본토인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하면서 점유율 63%를 차지했다. LG전자와 상반된 모습이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LG전자의 미국 판매량 부진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 혹은 축소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MC사업은 지난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시장에서마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CEO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MC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LG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중에는 LG전자의 MC사업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이던 롤러블폰과 레인보우의 출시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MC부문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상반기 중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전자 MC사업의 지난 2015년 이후 연간 평균 적자는 8300억원 수준으로, 시간이 지체될 수록 기회 비용이 점차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LG전자 MC사업은 분할 매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바일 및 통신 부문에서의 특허권 등 지적재산(IP), 하이엔드급 라인 양산 설비 등은 스마트폰 제조사 이외에도 글로벌 ICT 업체가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MC사업본부 매각에 성공한다면) 약 4조원 수준의 디스카운트 밸류가 해소될 전망"이라면서 "올 1분기 LG전자의 매출액은 17조15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1조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위생 가전 및 신가전 성장으로 HA 부문이 전사 실적을 주도하고 있어 펀더멘탈은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략 모델인 벨벳과 윙의 판매 성과가 저조하고, 5G 모멘텀도 정점을 지난 만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축소된 데다 추가 카드가 제한된 상태"라며 "지난해 4분기에도 프리미엄폰 판매 부진과 칩셋 등 부품 조달 차질, 연말 효율화 비용 증가 등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적자폭이 다시 확대됐다. 사업 철수 또는 고강도 효율화를 단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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