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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논란 테슬라]① 경쟁사 뛰어드니 판매량 급감… 흔들리는 '전기차 공룡' - 조선비즈

입력 2021.03.10 14:17 | 수정 2021.03.10 14:25

작년에 1만대 넘게 팔렸지만, 올해는 2월까지 15대
신차품질조사에서 꼴찌… 머스크 ‘돌출행동’ 구설수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지난 2019년 11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1만2000여대가 판매됐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해야 하고, 이렇다 할 마케팅도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돌풍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1월에는 단 한 대가 판매됐고, 2월 판매량은 14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1~2월이 비수기인 데다 도입 물량이 적었던 결과로 풀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가열시킨 ‘테슬라 열기’가 식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작년에는 1월에 122대, 2월에 1402대가 팔렸다.

테슬라의 인기가 주춤하는 흐름은 해외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폭스바겐에 내줬다. 개별 모델로 봐도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르노의 조에였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0% 수준이었던 테슬라의 점유율이 올해 초 70% 아래로 떨어졌는데,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 테슬라의 점유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S 옆에서 연설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조선일보 DB
이런 우려는 테슬라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883달러까지 치솟았던 테슬라 주가는 이달 8일 563달러로 하락하면서 ‘테슬라 거품’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1월 말과 비교하면 불과 5주 새 주가가 30% 넘게 급락한 것인데, 이 기간 테슬라 시가총액은 2500억달러(약 285조원) 넘게 증발했다. 주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다시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던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영향이 컸다.

아직은 테슬라의 생산량이 곧 판매 실적일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테슬라 차량의 품질이 떨어져 테슬라 왕국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처음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 'J.D.파워 신차품질조사(IQS)'에 포함됐는데, 조사 대상 32개 업체 중 최하위인 32위를 기록했다.

신차품질조사에서 접수된 불만은 대개 도장, 차체 패널 단차, 소음과 관련된 것이지만 주행 성능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기자가 모델3를 시승하고 든 종합적인 느낌은 피로도가 상당한 차라는 점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가속력이 좋았지만, 배터리 때문인지 차체가 무거웠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너무 빨리 떨어졌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은 딱딱하고, 차 내 소음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2.5단계 수준이라는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도 아직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픽=정다운
잇따른 사고 사례를 보면 안전과 관련된 테슬라 품질 문제도 심각하다. 2019년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S가 나무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운전자는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했다. 전자 키와 접촉해야 돌출되는 도어 핸들 때문에 문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 사고로 차량에 전원 공급이 끊긴 탓이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해 모델X 차주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오토파일럿 운행 중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다수 있었다.
테슬라는 100년 넘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 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제치고 전기차 시대를 열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 탓에 결함이 잦다. 2008년 처음 전기차(로드스터)를 내놓은 테슬라의 업력은 14년에 불과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기존 완성차의 경우 충돌이 발생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데,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인 안전 사항"이라며 "수십년간 자동차를 생산한 완성차 업체에는 당연한 안전 규정이 신규 업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품질 문제가 지속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테슬라 SUV 모델Y./테슬라 제공
테슬라는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기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면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 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쟁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는 곧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적인 자동차 생산, 판매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조성하지 못한 것도 테슬라의 한계로 지적된다. 테슬라의 생산 차질은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출시한 2016년 이후부터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생산의 병목현상을 겪었던 2017년 머스크는 "우리는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에 깊이 빠져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수급이 테슬라의 생산을 지연시킬 정도로 빠듯한 상황이다.

테슬라 전기차 내부 모습./조선일보 DB
그동안 테슬라의 성장을 견인한 주요 동력 중 하나는 일론 머스크 CEO의 ‘맨파워’였다. 머스크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자와 소비자를 매혹시켰지만, 돌발적인 행동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이어지자 "주당 420달러에 주식을 매입할 자금을 확보했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상장된 주식을 전부 매입해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였는데, 이 트윗 직후 테슬라 주가는 420달러로 치솟았다.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머스크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머스크는 20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후에도 머스크가 대마초를 피운 모습이 공개되면서 주가가 9%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머스크가 "개인적으로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는 트윗을 날리자 주가가 10% 폭락해 시총 140억달러가 증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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