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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원으로 강남 빌딩 산다…'투자 공식' 싹 바꾼 MZ세대 - 한국경제

MZ세대發 금융변혁
(1) 자이낸스 시대…금융의 판을 흔든다

디지털시대의 주역 2030세대
플랫폼에서 재미와 간편 추구
빚 내서라도 투자·소비에 적극적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지난달 1671만 명에 달했다. 출범 4년 만에 국민은행 이용자(3200만 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이다. 카뱅 고객의 65%는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다음달 초 상장하는 카뱅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공모가 기준으로 15조~18조원이다.
130만원으로 강남 빌딩 산다…'투자 공식' 싹 바꾼 MZ세대
토스 가입자는 2000만 명,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100만 명이다. MZ세대에 특화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해 3개월 만에 300만 명을 모았다. 지난달 인터넷은행(토스뱅크) 본인가를 받은 뒤 기업가치는 단숨에 3조원에서 8조원으로 뛰었다. 관련시리즈 A3면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플랫폼업체 3~4개가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도 10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이들 ‘빅4’의 기업가치는 50조원을 훌쩍 웃돈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시총 합계 62조원에 버금간다.

디지털 활용에 익숙하고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금융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MZ세대는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과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2030세대 가계대출 잔액은 1년간 44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88조1600억원)의 50.7%를 인구의 35%가량인 MZ세대가 차지했다. 미래 고객을 넘어 이미 금융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전통 금융사들은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조직·문화와 경영 전략, 상품과 서비스 등의 전면 개편이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종횡무진하는 Z세대가 이끄는 ‘자이낸스(Z+finance)’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異種) 간 합종연횡(Zigzag) 등을 통해 새로운 기반(Zero Base)에서 금융산업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MZ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윤종규 KB금융 회장), “MZ세대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이끄는 주축이다”(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2030세대 직원으로부터 ‘역멘토링’을 받고 있다. MZ세대에 선택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강남 빌딩 쪼개 사고, 스니커테크까지…'플랫폼+재미' 추구하는 투자
소액으로 수십억 빌딩 지분 매매…임대료 배당받고 시세차익까지
부동산 간접투자 플랫폼 업체 카사코리아는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지웰타워의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DABS)을 판매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공모한 40억원 규모의 수익증권은 2시간30분 만에 ‘완판’됐다. 투자자는 건물의 지분만큼 임대료를 배당으로 받을 수 있고 자유롭게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2800여 명의 투자자는 평균 130만원의 지분을 보유한 어엿한 ‘강남 건물주’가 됐다. 이 플랫폼에 열광하는 건 2030세대 직장인이다. 카사코리아가 지난해 말 공모한 서울 역삼동 런던빌의 투자자는 30대 이하인 MZ세대가 67%를 차지했다.
○2030이 만들고 2030이 투자하는 플랫폼
예창완 카사코리아 대표(31)는 갓 서른을 넘겼다. 서울 강남 빌딩을 보며 ‘한평생 일하면 나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나눠 가지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 2018년 창업했다. MZ세대 창업자가 그동안 없던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MZ세대 소비자가 호응하는 ‘MZ금융’의 대표적 사례다.
130만원으로 강남 빌딩 산다…'투자 공식' 싹 바꾼 MZ세대
대학생 이동희 씨(26)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족’이다. 크림 플랫폼을 통해 그동안 사둔 운동화를 팔아 넉 달간 200만원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그는 “인기 스니커즈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며 “‘착샷’을 잘 찍으면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간(P2P) 대출 중개 업체, 암호화폐거래소, 예술품 수익증권 거래소 등도 MZ세대가 주된 소비자다.

이들은 금융생활에서 극한의 디지털을 추구하고, 전통적 방식에서 탈피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MZ세대는 직관적이고 간편하다면 언제든지 플랫폼을 옮겨탈 수 있고, 주거래 금융회사도 쉽게 바꾸는 ‘유목민’적 성향도 지니고 있다.

○MZ금융엔 직관 재미 흥미가
MZ세대는 저축을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여긴다. 대신 ‘투자’를 한다. 조대현 씨(31)는 명문대 졸업 후 증권사에 입사해 8000만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회사 생활은 ‘벽’의 연속이었다. 기성세대가 쌓아온 공고한 사다리가 불만이었다. 좋은 성과를 내도 그 보상을 회사 혹은 팀 단위로 가져가는 게 불공정하다고 여겼다.

그는 ‘노력 대비 성과’가 가장 확실한 분야가 개인 사업 또는 투자밖에 없다고 보고 결국 암호화폐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조씨는 “잃을 게 없는 젊음이 있기 때문에 결국 투자가 남는 장사”라며 “코인이 변동성이 크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평소 예술에 흥미가 많은 직장인 임우영 씨(28)는 미술품 및 음원 저작권 투자를 고려 중이다. 부동산 투자가 수익률이 높다는 건 익히 알지만, ‘내 집 마련’이 현실에 와닿지 않았다. 투자정보는 1차적으로 SNS를 통해 얻고, 흥미가 생기면 투자 정보사이트의 후기를 읽는다. 임씨는 “기성세대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더라도 자랑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직장 동기나 친구들을 보면 코인·주식투자 성공사례를 자랑하고 정보도 활발히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터넷은행 애스피레이션은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액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에 활용하는 네오뱅크(디지털은행)다. 500만 명의 회원 중 MZ세대는 53%다. 이들은 다른 회원보다 3.5배 더 많이 SNS를 활용한다. 이상백 애스피레이션코리아 대표는 “MZ세대는 참여를 중시하며 서로 연결돼 있고, 사회적 신념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의 ‘게임 체인저’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체들이 MZ세대를 꽉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선두주자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금융 앱’ 1위를 4월에는 카카오뱅크(1010만 명)가, 5월에는 토스(1130만 명)가 차지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전통 은행들은 뒷줄로 밀려나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의 모바일뱅킹 앱은 400만~800만 명대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핀테크들이 자산 규모와 수익성 면에서는 대형 은행과 격차가 크다”면서도 “디지털 금융 플랫폼 세계에선 압도적인 이용자를 확보하면 게임이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 이용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다. MZ세대가 경제활동의 주류로 올라서면서 이들을 선점한 금융사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훈/정소람/임현우/이인혁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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